김수영 전집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그 기억과 그 기억 속에서 우물거렸던 생각들이 일부분 퇴색됐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내게 끝없는 사유와 말할 수 없는 뜨거운 정서를 이끌어 준다. 산문을 읽어보면 어느 날 김수영이 동료 작가를 만나 '이만하면 자유가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유에 '이만한'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고 분개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 위대한 지도자나 시인은 될수 없을 지 몰라도 세상을 치열하게 사는 것은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을 거듭했었다.

그는 전편의 시와 산문을 통해 치열함을 표출했다. 그것을 문학평론가 김현은 '절규'라고 말했다. 나는 그러한 김수영의 절규가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바꿔 말해서 글보다 이면의 그의 정서가 더 좋았던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의 정치보다 노무현이 더 좋았던 것과 흡사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끝없이 인간에 천착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끌리면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정치적 노선과 상관없이 그에 대해 맹목적인 호감을 보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한 호의의 이유로 아마도 나는 그의 시에 빠져들었고, 시를 배웠다. 

그의 전집은 그런 의미에서 내 기억 속에 가장 뜨거운 곳에서 언제나 빼어난 광채를 뿜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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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티비 원더 - 라이브 앳 라스트 : 2008 O2 아레나 라이브
스티비 원더 / 유니버설뮤직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화려한 세션에 비해서 생각보다 싸운드가 화려하지는 않다. 그 점을 제외하곤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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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SE (2disc) - [초특가판]
조나단 드미 감독, 안소니 홉킨스 외 출연 / KRCnet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랫만에 이 시리즈를 구매했다. 한니발렉터는 여전히 가격이 비싸서 패스했다. 

일단 이 영화는 훌륭한 작품이다. 뭐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설명이 필요없겠다. 

특히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는 공포영화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것 같다.  

최고의 공포영화이며 영화광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작품이다. 

최근에 블루레이가 출시됐다. 으... 그게 하나 아쉽다. 블루레이로 다시 살 생각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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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Led Zeppelin - Definitive Collection Of Mini-LP Replica CDs - 12CD Box Set / Limited Edition / Original Recording Remastered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노래 / Rhino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 이 음반을 사지 않는다면, 후회 할 것이다. 음질, 팩킹, 재킷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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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이순신 지음, 이용호 옮김 / 동광문화사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어떤 평자가 말하기를 亂中日記가 위대한 것은 그것이 애국심이나 효심을 들어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르기를 “사실만을 기록했다”는 이유 때문에 난중일기가 놀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중일기의 문장은 우조와 비슷하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을 알듯 했다. 안다는 것이 아니라 알 듯 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중에 뜻하지 않게 이용호가 옮긴 난중일기를 읽게 됐다. 지적한 말대로 이 글을 지극히 사실로만 쓰여 있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이나 매를 치고, 목을 베는 사실들은 명료한 사실일 뿐이다. 그는 어떤 이유로 울었다고만 적는다. 다음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것이 난중일기의 주요한 기술법이다. 우조라는 것도 그런 것일까? 최근 들었던 김정자의 가야금 정악 「하늘을 향한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우조와 계면조가 그렇게 먼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달랐다. 우조는 당김음이 있더라도 그 당김음이 울지 않는다. 하지만 계면조는 다르다. 그것이 울기도하고 ‘살’ 떨리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들어봐야 알 일이다.

 

덧붙여 혹자들에게 회자되는 원균과의 이야기 몇 대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갑오년 이순신이 가슴 속에 품었던 원균에 대한 글들 몇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갑오년 4월 12일 경신 맑음
순무어사 서성이 내 배에 와서 이야기했다. 우수사, 경상수사, 충청수사 등도 같이 와서 술을 세 순배 나누자, 원 수사가 취한 척하고 주정을 하면서 억지 소리를 하니, 순무어사도 매우 괴면적어했다. 현감이 돌아갔다.

갑오년 6월 4일 신해 맑음
충청 수사 미조항 첨사 및 웅천 현감이 보러왔기에 종정도 놀이를 하게 됐다. 겸사복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왔는데 보니, 수군 장수들이 서로 화목치 못하다 하니, 앞으로 과거의 인습을 버리고 화목하게 지내라 하셨다.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는 원균이 취해서 망발을 부린 때문이다.

갑오년 7월 19일 을미 맑음
예물 명단을 증정하니 감사함을 이기지 못해 주시는 물건이 매우 풍성하다고 했다. 충청 수사도 예물을 주었다. 전라 우수사가 예물을 주었는데 나와 같았다. 점심 후 원균이 혼자서 술 한 잔을 대접하는데, 상을 가득 차렸건만 하나도 집어 먹을 만한 것이 없다. 우습다. (생략)

갑오년 7월 21일 정유 맑음
(중략) 늦게 소비포 권관이 만나러 와서 말하기를 기한에 대지 못하였다고 해서 원균에게 곤장 30대를 맞았다고 한다. 해괴한 일이다. 우수사가 군량미 20석을 꾸어갔다.

갑오년 8월 17일 임술 흐림
도원수 권율이 사천에 도착하여 군관을 보내어 이야기하자 하므로, 곤양 말을 빌려타고 원수 있는 곳으로 가서 교서에 엄숙히 절한 후, 공사간의 예를 마치고 그대로 함께 이야기하니 오해가 많이 풀리는 빛이다. 또 원수가 수사 원균을 몹시 책망하니 원수사는 머리를 들지 못했다. 우습다. (생략)


이런 일기 등으로 보아 이순신이 가지고 있는 원균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은 보통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 그 사유가 개인사에 한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싶다. 매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순신의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의 그 어떤 난중일기보다 다양한 부록을 첨부하였다. 원본은 물론 이순신과 관련된 다양한 텍스트가 담겨있다. 영, 정조의 추문도 그 중 하나다. 아무튼 훌륭한 집대성이다. 품절이 풀리는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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