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 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벤첼 슈트라핀스키에게서 고등 사기꾼의 기술과 거짓말을 배웠고, 급하게 인생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모험을 찾고, 위기를 이겨내고, 신사의 매력으로 내 어머니를 얻고, 재미와 기쁨을 주는 소설을 유쾌하게 쓰고, 유희적 가벼움으로 갖가지 이론들을 개발한 그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물론 난 그것이 요한 데바우어나 존 드 바우어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에 대해 꿈꾸었던 모습, 내 심장이 간절히 원하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390쪽
네 아버지가 온 건 1946년 가을이었다. 어떻게 나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뢸 브레슬라우에 있을 때도 나를 귀신같이 찾은 걸 보면, 그 방면으로 재주가 있는 사람이 분명했어. 아무튼 네 아버지는 나한테 거래를 제안했다. 만약 자기가 죽었다고 내가 증언해주면 나를 아내로, 너를 아들로 만들어주겠다는 거였지. 그리되면 우리는 그이의 상속인이 되는 동시에 스위스인 시부모와 조부모까지 생기는 거였지.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너 때문이기도 했고, 나 때문이기도 했다-286쪽
나는 두 분의 결혼 생활이 행복했는지 모른다. 물론 결혼 생활이 행복했느냐고 묻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은 그저 인생을 함께 살아왔고, 좋은 날이든 궂은 날이든 서로를 존중하고 믿어왔다. 나는 두 분이 심각하게 다투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다만 서로 장난치고 놀리고 농담하는 경우는 자주 보았다. 조부모는 서로 잘 통했고, 서로 같이 사는 것을 기뻐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도 훌륭한 풍채를 유지하고 있는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을,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미모를 간직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고마워하는 듯했다-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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