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의 딜레마'는 역사학의 외형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사 연구의 궁극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p. 32)
과거는 존중되어야 한다. 과거는 후회스러운 것이 아니다. 후회할 만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p. 79)
공공문화의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자칭 포스트모던이라고 공언하는 운동들이 예술과 지적 세계에 출현한 것은 과거와의 관계에서 자신감의 붕괴와 단절의식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p. 98)
안토니오 그람시의 사상에서 유래한 '헤게모니'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제도들을 매개로 한 일련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혹은 이데올로기적 활동들을 통해서 지배계급이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해 하층계급의 순종과 동의를, 최소한 순응과 용인을 확보하는 계급 간의 관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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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하자면, 헤게모니는 단순히 힘과 강제-혹은 이것을 이용한 즉각적인 위협-을 통해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현존하는 질서를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피지배자들에게 납득시킴으로써 지배하는 방법이다. (p. 105)
신우익은 '민중주의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결코 영국과 미국에 국한되지 않은 국제적인 운동 조직의 일부라고 여겼지만 국가적 연합세력, 실제로는 국가주의적 연합세력들과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삼자협력주의자들과는 달리, 신우익은 자유주의적. 사회민주주의적 합의와 정권의 존속을 맹렬히 반대-특히 미국의 경우에 연합세력 내에서 이런 입장은 매우 다양하게 이해되었다-하였다. (p. 124)
'과거'는 영국과 미국에서 신우익 세력들이 연합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었다. 뿐만 아니라 과거는 아직 존속하는 전후 체제에 맞서서 새롭고 보수주의적인 합의를 지지하기 위해 신우익 세력들이 감행한 이념 투쟁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다른 사람들이나 어떤 문제에 관한 우리의 이미지에는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역사가 반영돼 있다. 어려서 배운 역사는 평생토록 우리에게 각인된다. 그것의 표상(representation)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어서 세계의 발견이자 여러 사회들의 과거의 발견이며, 일시적이건 항구적이건 간에 우리의 모든 지론을 아우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처음에 품었던 의문이나 맨 처음 감정의 자취들은 지워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pp. 154-155)
"일반 대중에 의해서 널리 읽혀지고 모든 교육 단계에서 누구난 배우는 역사는 그 잠재력 때문에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중요한 무기로 간주되어야 한다." (p. 158)
"인문학은 교양 있는 공동체의식에 기여할 수 있다." (p. 164)
"실제로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형성과정의 이야기에 무지하게 되면, 우리의 국가의식은 위태롭게 된다. 우리를 빚어낸 이념과 우리에게 중요한 이상에 대한 지식은 시민들을 묶어주는 일종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p. 169)
신우익은 학교 교육이 집단적인 역사 기억. 의식. 상상력을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학교 교육의 문제와 이 문제에 대처하는 전략에 대한 그들의 독특한 해석이 입증해주듯이, 신우익은 역사학의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20세기 후반 자본주의 헤게모니의 재창출이라는 자신의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역사 교육과 교과 과정을 수정하고 재강화하려는 의도를 실제로 갖고 있었다. (pp. 175-176)
역사학의 위기는 단지 학교 교육과 고등 교육, 나아가 문화와 사회에서 역사 분과의 지위와 관련된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책의 서두에서 제기했던 '왜 역사학인가?'라는 좀더 중요한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실제 역사 연구, 학문으로서의 역사학, 역사 교육의 미래 방향만이 아니라 과거와 혀재,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실현 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p. 176)
레이건과 대처가 원래 지배적인 질서에 맞서서 '혁명'과 다름없는 것을 약속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p. 184)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신우익의 부당한 공격과 적의는 다지 자유주의적.사회주의적 정치가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좀더 큰 계급. 인종. 성의 사회학에 의해 규정되었다. 그것은 노조 지도자와 노조원, 빈민과 실업자, 소수 인종과 민족(그리고 영국의 경우에는 이민자들), 페미니스트와 여권신장 활동가들 및 게이와 레즈비언들에 적대적인 그 시절의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고 자극하는 사회학이었다. (p. 185)
국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이행기가 아니라 사회주의야말로 자본주의의 길에 이르는 우회로"라고 서술했다. (p. 201)
현재는 미래가 된다. 다니엘 싱어가 반어적으로 표현했듯이 "역사는 있었지만 역사에 미래는 없다. 이제 자본의 시대는 영원하다. (p. 204)
'역사학의 위기'란 단지 역사 분과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역사 연구와 사고의 목적과 전망의 문제임을 되풀이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p.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