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환한 물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11
정채봉 글, 김세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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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꽤 써봤지만 이렇게 조심스러워보긴 처음이다.
내가 받은 이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은데 
내가 쓴 이 서평이 혹 정채봉님 작품에 누가 되진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한편으론 정말 잘 써보고픈 욕심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받은 느낌이 너무나 좋아서 이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고픈 그런 욕심이.

이 책은  한마디로 마음이 평안해지는 책이다.
흰구름이 스님을 바라보는 시선도, 스님이 세상만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너무나 따뜻해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책이다.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저 높이 떠있는 흰구름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느 깊은 산골 작은 암자 스님의 이야기다.
흰구름의 눈엔 눈이 크신 스님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마냥 존경스럽고 따뜻하게만 보이나보다.
하긴 살아있는 모든 것들, 동물과 식물, 심지어 돌에 낀 이끼마저도 
스님은 십년지기 친구를 대하듯 더없이 귀하디 귀하게 여겨주시니 그럴법도 하다.

아무리 힘들고 지친 세상이라도 산 정상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멋지고 황홀할 수가 없다.
스님이 세상과 한발짝 떨어져 세상을 관조하시는,
그 넓으신 포용력과 따사로운 마음을 좀더 잘 표현하기 위해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흰구름을 화자로 선택하신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옹다옹, 복닥거리며 살아봤자 몇백년 살 것도 아닌 인생.
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고작 점 하나로밖에는 안보이는 집을 사기 위해 
내가 몇년을 고생했나 싶어 때론 허망하기도 하지만
스님과 같이 세상과 조금 떨어져서, 마치 높은 정상에서 바라보듯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다면
지금과 똑같은 세상이라 해도 전과는 달리 보이고
훨씬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노란 은행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스님의 모습은
하얀색 길과 어우러져 어느 것이 길인지, 어느 분이 스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하얀색 길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스님처럼
나혼자 잘났다고 목소리 높여 살게 아니라
자연의 순리대로, 세상의 순리대로 흘러가도록 내 한몸 맡겨보라는 
깊은 가르침이 귓가에 쟁쟁히 전해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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