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존재들에 대한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세 편의 멋진 동화를 만났습니다. 첫번째 동화 [편지함] 에서는 그저 으스스하다는 이유로 용이와 석이, 두 아이의 놀림감(?)이 되는 할머니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독거노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즈음, 올 편지 한 통 없는데도 매일같이 편지함을 확인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자식을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짠했답니다. 당장 다음날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 소외받은 노인들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였어요. 두번째 동화 [보리밭 두 동무]는 6.25 전쟁으로 목숨을 잃게 된 김순구씨와 이덕구씨, 이렇게 두 분의 할아버지와 그의 자손들의 다툼과 화해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걸 잘 알면서도 서로 미워하고 헐뜯는 자손들의 다툼이 지금 우리의 안타까운 분단 현실과 맞물려있는 듯 했습니다. 이 두 집안의 화해를 통해 작가는 '우리도 어서 화해하길 바라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 세번째 동화 [까만봉지 빈]은 제가 제일 재밌게 읽은 동화였어요. 아직 그 어떤 것도 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빈 봉지(봉지 빈)" 은 "봉지 가득" 이 돼서 아가를 까르르 웃게 만들기도 합니다. ^^ 이후에는 더 멋진 일이 펼쳐지니 기대하셔도 좋답니다. ^^ 어차피 소각장으로 들어가 태워없어져버릴 하찮은 존재지만 끊임없이 자기 몸 가득 무언가를 담고 싶은 꿈을 꾸는 봉지 빈은 다른 이들에게는 한심해보일지 모르지만 정말 멋진 존재였어요. ^^ "요란하진 않지만 한바탕 속 시원한 굿 잔치를 본 것 같습니다." 송언 선생님의 추천사처럼 정말 멋진 동화를 그것도 세 편이나 만날 수 있어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봉지 빈" 이 "봉지 가득" 이 됐을때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