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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공갈빵이란게 있다. 한 눈에 보았을 때 한끼 식사로 때울 수 있을 만큼 커보이지만 일단 손에 움켜쥐면 맥없이 쪼그라들고 만다. 빵껍질 안의 공기가 빠지면서 포만감을 기대했던 마음도 쪼그라든다. 소위 '공갈' 당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공갈빵이다. 겉은 대단하지만 실상은 형편없는 대상을 경험할 때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공갈빵을 떠올린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룬다.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찾아 부나방처럼 미국 동부로 모여 들었다. 그들 가운데 개츠비도 있다. 그들의 꿈은 다름 아닌 '물질적 부','경제적 성공'이었다. 오로지 라임색의 꿈을 찾아 그들은 날아들었다. 미국은 젊은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아니 환상을 강요하는 신기루였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이러한 공허한 꿈이 가득한 미국 사회가 바로 '공갈빵'이라고 말한다. 풍요와 안락의 초록빛 빵껍질 안에는 탐욕과 공허함만 가득할 뿐이라고 고발하고 있다. 주인공 개츠비는 이러한 부조리와 허무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개츠비는 중서부 출신의 가난한 청년이었다. '밤 하늘에 은빛 후추처럼 뿌려진' 별들을 보면서 개츠비는 꿈을 꾼다. 미국적 꿈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모은 개츠비는 맨해튼 근방 해변가에 유럽식 저택을 소유한 미국식 성공의 아이콘이 된다. 그러나 개츠비는 사랑하는 여인을 거의 되찾기 직전 허무하게도 살해당하고 만다. 성공한 듯하지만 허무한, 매력적이지만 고독했던 개츠비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위대함'과는 거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위대한 개츠비'는 결국 '위기의 개츠비'였다. 개츠비의 삶이 상징하는 것은 '미국식 꿈'의 허무함이자 '미국식 꿈'의 위기이다. 피츠제럴드는 '개츠비'를 통해 미국사회의 소름끼치는 이면을 예리하게 그려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아무튼 개츠비의 꿈은 현재 진행중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에 수없이 많은 개츠비가 자라나고 있다. '나'의 안에도 개츠비는 끊임없이 생산된다. 우리는 '밤하늘에 은빛 후추처럼 뿌려진' 별들을 보며 개츠비의 꿈을 꾸고 있다.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일상에서는 '미국식 꿈'을 좇아 살면서도 때마침 피곤할 때가 되면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식 꿈'의 종말이 무엇인지 미리 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지금도 "위대한 개츠비"는 해마다 미국에서만 30만권 이상이 팔리고 있으며, '타임'지와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