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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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prose, 散文]

운문에 대하여 운율이나 정형에 의한 제약이 없는 보통 문장. 따라서 넓은 의미로는 모든 문서류나 일상의 회화(會話)까지 모두 산문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문예용어로 산문문학을 뜻한다.

산문의 산은 흩을 산이다. 막히고 엉킨 것 없이 자유롭게 흩어지게 한다는 거다. 음악 명사로는 휘파람 부는 법의 하나라고도 한다. 모으고 틀을 만들고 단단하게 다지는 글들을,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던 글들을 더 좋아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원색으로 강하게 외치는 글들보다 조곤 조곤 낮은 목소리로 별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건네는 산문집들도 좋아지는 것 같다.

이도우 작가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약간 놀랍게도 이 산문집이 내가 처음으로 읽어본 이도우 작가의 책이다.

받침이 없이 소리내면 입술모양이 저절로 동그래지는 이름도 옅은 분홍색 표지 아래에 별이 총총 찍힌 보랏빛굿나잇 인사도 책 제목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에 잘 어울린다.

9 편의 나뭇잎 소설 (옆편 소설)과 글을 쓰는 사람의 일상과 생각이 담겨 있다.

마치 잠못드는 밤 또는 밤 기차를 타고 가며 친구같은 낯선 이에게 아니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친구에게

자기도 모르게 속에 있는 생각들, 심각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하는 것도 아닌 그런 이야기를 가만가만 들려주는 것 같다.

민들레 의상실을 한 순간 민들레의 상실이라고 읽고 기분좋게 놀랐던 일, 스물 여섯살 봄 첫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여러번 벽에 이태백의 한시 한구절 "만약 그대가 직녀가 아니라면 어찌 견우에게 물으시오?" 을 여러번 썼다는 이야기, 열두살 때 딱 한번 타인의 글을 베낀 적이 있다는 고백...

에세이 제목중의 하나 "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에 대하여." 처럼

산문이란 그렇게 맺힌 데가 없이 자유롭게 흩어진 어쩌면 누군가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글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은 처음 쉽게 내 손에 쥐는 즐거움도 있지만,

실수로 잃어버리거나 망가져도 살짝 혀를 차고 나면 곧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언젠가 사라져도 크게 아쉽지 않아 더 좋은 .

p. 41

시나 소설이, 역사나 기록이 되지는 못했지만 꼭 이걸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기 같은 것은 없이 그저 마음 가는데로 적었지만 그냥 묻어버리기엔 아쉬운 이야기들. 꼭 누군가에게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잠은 오지 않고 두런 두런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 아이의 약속처럼 다정한 꽃 같고 시 같은 이야기들.

무심하게 듣고 지나쳤지만 어떤 결정적인 순간 왜인지 모르겠는데 그 대수롭지 않았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라 마음이 간질간질 따끔따끔 해질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나뭇잎에 한장씩 쓴,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졌다가 바람을 타도 날아가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그런 작은 이야기들이 차곡 차곡 쌓여서 결을 만들고 인생이라는 책이 되는 것이겠지.... .

평행사변형 모양의 슬픔, 추억이 없는 따뜻한 곳, 오늘의 부피 등 목차의 제목만 읽어봐도몽글몽글 감성이 피어오른다.

밤에 혼자 창문을 열고 고요한 어둠속에 잠겨있는 풍경을 보면 누군가에게 별것아니지만 마음에 남아 있던 이야기들을 건네고 싶어진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쩜 읽는 이도 두런 두런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R3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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