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독서인구는 한해가 다르게 점점 줄어든다는데

회당 몇십만원, 몇주에 몇백만원 많게는 천만원까지 오가는 책쓰기 수업은 성황이라고 한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데 내 이름으로 나온 책 한권 갖는 것을 버킷리스트라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 책 한권이면 당신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책을 쓸 수 있다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글쓰기 책들도 발에 채일 정도다. 이런 아이러니를 보고 겪고 느끼면서 글쓰기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났다.

​

홍승은 작가의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는 제목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그것이 홍승은 작가의 책 제목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채로 종종 속으로 당신이 좀더 불편했으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하고 속으로 중얼거릴 때가 많았다. 내 불편한 마음에 눈돌리거나 감아버리거나 그냥 꿀꺽 삼켜버리지 않고 한번 더 되새기고 곰곰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 서평단에 지원했다.

가장 먼저 홍승은 작가의 신작을 읽고 싶었고 궁금했다.

​

첫장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부터 곰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

봇물처럼 터졌던 문단 미투와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볼때도 그간 언어를 독점해 온 것은 누구인지를 볼 수 있다.

​

언어를 박탈당한 아니 언어가 주어지지 않은 소수자들로서 여성들의 글쓰기는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

가만 가만히 말하는 글 사이에서 글쓴이의 예민한 감각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

가장 와닿았던 장은 "고정감정 의심하기"였다.

고정관념이 아니라 고정감정이다. 감정이란 결국 감각지성이므로 고정관념은 곧 고정감정이 된다.

​

글이 막힐 때면 익숙한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나를 발견한다 라는 문장은 내 일기장을 읽는 듯 콕 박혀온다.

​

낡은 고정감정 중에 가장 익숙하고 위험한 감정은 '동정심'이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불쌍하게 여기는 태도로는 세상 무엇도 바꿀 수 없었기에 다른 종류의 낯선 감정을 찾아야 했다

자기 삶을 익숙한 줄거리 형식에 끼워 넣으려 마음 먹고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

매혹적인 글쓰기를 위한 레시피를 읽다보니 나도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절로 생긴다.

나아가 다른 이들의 글을 좀더 귀기울여 읽어 주고 싶어진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타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어진다.

​

나의 깨지 못한 편견들을 발견하고 싶고 우리 사회의 깨지지 않은 침묵을 깨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진다.

정직한 불화를 위해 부딪힘을 피하지 않고 싶어진다.

​

얇은 가제본을 읽고 나니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다.

​

작가가 다음 번에 당신에게 무엇을 바랄지 궁금해진다.

​


자기 삶을 익숙한 줄거리 형식에 끼워 넣으려 마음 먹고 있으면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