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구는 한해가 다르게 점점 줄어든다는데
회당 몇십만원, 몇주에 몇백만원 많게는 천만원까지 오가는 책쓰기 수업은 성황이라고 한다.
글을 써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는데 내 이름으로 나온 책 한권 갖는 것을 버킷리스트라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이 책 한권이면 당신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책을 쓸 수 있다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글쓰기 책들도 발에 채일 정도다. 이런 아이러니를 보고 겪고 느끼면서 글쓰기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생겨났다.
홍승은 작가의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는 제목만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는 그것이 홍승은 작가의 책 제목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채로 종종 속으로 당신이 좀더 불편했으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하고 속으로 중얼거릴 때가 많았다. 내 불편한 마음에 눈돌리거나 감아버리거나 그냥 꿀꺽 삼켜버리지 않고 한번 더 되새기고 곰곰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 서평단에 지원했다.
가장 먼저 홍승은 작가의 신작을 읽고 싶었고 궁금했다.
첫장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부터 곰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봇물처럼 터졌던 문단 미투와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볼때도 그간 언어를 독점해 온 것은 누구인지를 볼 수 있다.
언어를 박탈당한 아니 언어가 주어지지 않은 소수자들로서 여성들의 글쓰기는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가만 가만히 말하는 글 사이에서 글쓴이의 예민한 감각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가장 와닿았던 장은 "고정감정 의심하기"였다.
고정관념이 아니라 고정감정이다. 감정이란 결국 감각지성이므로 고정관념은 곧 고정감정이 된다.
글이 막힐 때면 익숙한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나를 발견한다 라는 문장은 내 일기장을 읽는 듯 콕 박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