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 - 말할 때마다 내가 더 똑똑해진다
엘커 비스 지음, 유동익.강재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천 가지 대답보다 질문 하나가 많은 불씨를 안고 있을 수 있어"


철학 안내서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피의 세계> 속 한 문장이다. 한치의 거짓 없는 문장으로, 1000개의 답보다 1개의 질문이 훨씬 더 위력적이다. 특히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에게는 위협적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논쟁하는 장면에서 이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질문은 확신에 찬 사람의 허점을 인정사정없이 파고든다. 자신의 관점과 생각을 방어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질문에 대한 답이 궁색하다. 궁지에 내몰린 느낌에 그저 성질만 나고, 자신의 타당성을 훼손한 상대가 무척 불편하고 불쾌하며 심지어 제거의 대상까지 되곤 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거듭하며 수많은 질문과 논증으로 아테네인을 불쾌하게 만든 소크라테스는 결국 독배를 들게 되지 않나. 질문하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인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질문의 날은 꽤나 날카로워야겠지만 말이다. 네덜란드의 젊은 철학자인 엘커 비스가 쓴 책 <삶을 바꾸는 질문의 기술>은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바탕으로 수많은 관계 속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좋은 질문을 하는 데 갖춰야 할 자세 몇 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놀라움’이다. 놀라움은 선택이다. 동일한 것을 보고 누구는 놀라워하고 다른 누구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무언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놀랄 일도 흥미로울 일도 없다. 가령 이런 것이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사색을 담은 메모에서 ‘아이들은 폐기물에 이끌린다’는 표현을 쓴 적 있다. 어른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인공 사물에서 아이들은 천진한 놀이터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를 파악하고 있다고 확신하거나 단정 지으면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궁금할 것이 없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좋은 질문이 나오겠는가. 상대의 말과 행동에서 놀라운 부분을 의식적으로 찾아보면 똑같은 상황도 다르게 볼 수 있다. 놀라워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다. 즉, 노력하면 개발할수록 좋아진다는 뜻이다. 신념과 관점이 다른 타인과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적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까. 속으로만 끙끙 앓거나 아예 손절해버리는 게 답일까. 많은 사람들의 고민일 것이다. 질문의 날을 벼리는 데 관심 있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현의 감각 - 매력적인 사람의 감각적 언어 표현에 대하여
한경혜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잡대신데 어떻게 번역가 잘하시네요."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보헤미안 랩소디’등을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가 SNS를 통해 진행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때, 한 네티즌이 던진 무례한 질문이다. 이 발언에는 사회가 성적순으로 만든 대학 순위에서 서열 상 앞선 학교에 다닌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와 혐오, 차별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발언은 누가 봐도 언어폭력으로 읽히기에 그나마 상처가 덜하다. “큰딸은 결혼 언제 해요? 때 되지 않았나?”, “애는 안 낳아요?”, “여자는 원래 그래”,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걱정과 위로를 가장한 무례한 표현에는 속수무책으로 상처 입기 쉽다. 존중과 배려가 담긴 올바른 언어와 표현의 중요성을 담은 책 <표현의 감각>의 저자는 ‘올바른 표현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과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를 말한다.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와 상황을 고려한 언어 및 표현은 그저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말하는 사람의 품격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보탠다. 언어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다. 말 하나를 통해서 신뢰가 형성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할 줄 아는 것, 즉 ‘아’다르고 ‘어’다른 말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잘’ 말하는 것이 상대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섬세함과 배려심을 요구하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알기에 ‘잘’ 말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잘’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언어와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에서 소설을 차용해 ‘잘’ 말하는 사람의 올바른 언어와 표현의 사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성, 이들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표현들의 미묘한 차이도 알게 된다. 가령 “밥이나 먹어요”와 “밥 먹을까요?”의 차이 말이다. 마음에 차지 않는 선택을 할 때 또는 최소한 허용되는 선택을 할 때 쓰는 보조사 ‘이나’가 소설 속 주인공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최선의 것을 선택한 후 의견을 묻는 듯한 “밥 먹을까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아’다르고 ‘어’다른 말은 이런 것이구나, 이 책은 매력적이고 품격 있는 사람의 언어와 표현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어의 높이뛰기 -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신지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 감수성’이 뭘까. 직관적으로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언어로 단박에 풀어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르지 않은 만큼 이 단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대중적으로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수성’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즉, 언어 감수성이란 언어라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마음 혹은 언어 세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나 믿음은 없는지 바라보려는 적극적인 태도라고 풀이해 볼 수 있겠다. '언어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타인과의 소통의 수단인 언어 세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언어의 새로고침을 위해 세상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반대로 언어 감수성이 낮다면 언어 세계에 대한 무관심을 나타내며, 그 세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나 믿음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는 누군가에게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품고 있다는 뜻이다. 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와 변명의 언어습관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의 가치를 담은 언어를 사용하자고 하지, 누구도 차별과 권위의 언어로 타인을 공격하고 배제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은 차별과 권위의 언어로 상처를 주고받고, 심지어 인권이 짓밟히는 이야기도 매일 접하게 된다. ‘나는 차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찬 ‘선량한’ 언어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량한’ 언어 사용자들에게 죽비 같은 가르침을 주는 책이 있으니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가 쓴 <언어의 높이뛰기>다.

저자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감수성을 갖기 어려운 것이 언어인 만큼, 언어 감수성을 가지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언어 감수성을 높여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말이든 글이든 언어는 상대를 전제한 행위다. 말하고 글 쓰는 이유는 상대에게 들리고 읽히기 위해서지 ‘나’듣기 좋으라고, 읽기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언어는 나를 향하는 일이 아니라 상대를 향하는 일이다. 그러니 상대의 감수성에서 어떻게 들리고 읽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화자와 청자의 민감도는 그 격차가 크다. 저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 가장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언어 감수성이다. 말을 할 때, 글을 쓸 때 우리는 듣는 사람 혹은 읽는 사람의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잘 들리고 잘 읽을 수 있다. P21

인권을 존중하고 평등의 가치를 떠받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왜 내 말을 오해하고 난리야!’ 가 아니라 ‘왜 내 말이 그렇게 이해됐을까?’를 곰곰이 따져보는 능력, 높은 언어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저자는 흔히 조롱의 이름표가 된 ‘프로불편러’를 자처한다. 언어 속 이데올로기를 덜어 내고자 타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문제점을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혹시 내 편안함이 타인의 불편함 위에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프로불편러’라고 불린다면 더욱 영예로운 일이라고 말한다.

1. 다음 <보기> 중 차별의 의미가 들어가 있는 단어를 고르시오(2점)

① 유색인종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다

②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다

 수면 위로 오른 ‘타투 합법화’

④ ‘종교인 과세’47년간 제자리∙∙∙정치권 ‘발빼기’급급

2. 다음 <보기> 중 문법에 맞지 않은 문장을 모두 고르시오(3점)

① “신지영 님, 진료실로 들어오실게요.”

② “이 옷은 신상품이세요.”

③ “제가 아시는 분이 해 준 얘기예요.”

④ “고객님,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두 잔 나왔습니다.”

위 두 문항은 언어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언어 감수성 평가 문제지 중 일부다. 1번의 정답은 ②이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②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는 결함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도, 화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 민낯도 모두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이중성을 발견하게 된다. 2번의 정답은 ①, ②, ③이다. ‘아메리카노’가 ‘나오시’는 나라에서 문법적으로 틀린 줄 알면서도 그 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일상의 갑질’문제가 언어에 드러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복잡한 호칭어 속 불편한 진실, ‘외국인’이라는 단어 속 고정관념, 코로나19 속 언어 권력의 문제 등 언어 감수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책에 담겨 있다.



 인플루엔셜에서 보내준 <언어 감수성 평가 문제지> 다. 총 10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커뮤니케이션, 인권 강의 등을 해오며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려 부단히 공부했기에 문제 풀이에 앞서 내 언어 감수성’에 꽤나 자신 있었다. 실상은 아니었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감수성을 갖기 어려운 것이 언어라더니 ‘언어 감수성’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 정도 알고 있으면 됐다고 안주하는 그 순간에도 세상은 쉼 없이 변하기에 관심의 폭을 확대하지 않으면, 늘 물음표를 던져 보지 않으면 ‘언어 감수성’은 언제든지 무뎌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언어습관이 차별의 근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언어 감수성을 더 기르고자 한다면 신지영 교수의 언어 감수성 향상 프로젝트 <언어의 높이뛰기> 필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세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4
얼 C. 엘리스 지음, 김용진.박범순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이 환경재앙을 초래한

이른바 ‘인류세’에 살고 있다.

환경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을 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방법론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포럼 개막연설에서 기업 차원의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하는 ESG경영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인류세’라는 말을 이 기사에서 처음 접했다. 처음에는 지구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 인류가 이에 대한 책임으로 내야 하는 세금인가 싶었다. 인류세란, 그리스어로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지질시대 단위인 세(世)를 나타내는 접미사 cene이 결합된 말로, 오존층 파괴 원인을 밝힌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이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인류세’라는 용어 사용을 제안했다. 인간 활동이 지구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는 뜻이다. 인류가 온갖 활동을 거듭하며 지구에 기후변화, 대규모 오염, 플라스틱 쓰레기 등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모든 환경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는 새로운 지질시대, 즉 인류세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용어였던 인류세 개념은 인류의 활동으로 훼손된 지구 시스템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세계관으로 확장되었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인류세는 지구에 빚지고 살아가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 개념이라 생각한다. 인류세를 둘러싼 논쟁과 그 배경을 살펴보는 입문서인 <인류세>를 통해 이 개념에 대해 쉽게 접근해 볼 수 있다.

인류세는 공식적으로 확정된 개념이 아니다보니 정의부터 그 시작점 등을 두고 이견이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 교수이자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으로 참여 중인 생태학자 얼 C 엘리스가 쓴 이 책에 따르면, 인류세의 기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기원전 1만 1000년에서 기원전 6000년까지 집약적 농업이 이뤄지고 쌀 생산이 이뤄지던 시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류세 개념을 제안한 파울 크뤼천은 석탄연소에서 나오는 탄소 등의 배출이 급격히 늘면서 대기 기후가 급격히 변화한 1760년대 이후 산업혁명 시기라고 보았다.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인간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는 과학적 증거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인간이 땅을 길들이는 무수한 활동은 지구를 압박한다.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토양침식, 자연 서식지 소실, 생물 멸종 등 그 활동이 초래한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이 외에도 인류가 만들어낸 플라스틱이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지표가 될 정도로 전 지구를 뒤덮고 있고, 이산화탄소로 인해 전 세계 바다가 산성화되고, 생물의 개체 수가 지난 40년 동안 평균 58% 감소하는 등 인류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인류세라는 개념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너무 인간 중심적인 개념 아니냐는 비판부터 인류 전체를 뭉뚱그려서 가장 중요한 모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저자 또한 최종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 우리가 왜 이 개념을 머리와 마음에 담아야 하는지 알려준다. 인간이 바꿔버린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이 행성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책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 11년 차 평범한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1000일간의 이야기, 개정판
김병완 지음 / 싱긋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의 혁명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마오쩌둥 연구 대가인 미국의 학자 로스 테릴이 한 말이다. 마오가 1910년대 시골 고향 도서관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독서에 파묻혀 살았다는 것은 <마오의 독서생활>이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1919년 5·4 운동이 일어날 즈음 베이징대학교 도서관 사서 보조로 일하며 마르크스와 레닌의 책을 접했다. 마오가 도서관에서 혁명의 길을 찾았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도서관이 키워 낸 사람은 여럿 있다. 마르크스는 영국 망명 생활 30년간 대영도서관 열람실에 살다시피 하며 <자본론>을 써냈다. 레닌은 불법집회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제적당하자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수없이 읽고 썼다. 버나드 쇼의 글재주도 도서관에서 발아했다. 가난했던 시절 대영박물관도서관 열람실에서 내내 글을 썼다. 그는 훗날 대영박물도서관에 유산의 3분의 1을 기증했다. 이 ‘도서관 중독자’들은 그렇게 스스로 기적이 되었다. 가진 자원이 미천했고, 이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으나 수천 년의 지혜가 담긴 도서관에서 평등의 기회를 철저하게 누렸기 때문이다. 빼어난 이목구비를 지녔든 아니든, 금수저든 아니든 독자의 신분으로 평등하게 맞이해 준 그곳, 도서관에서 ‘유익’을 캐냈다.

 1000일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기적을 만났다는 김병완 씨도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는 도서관을 통해 스스로 기적이 되었다. 잘 다니던 직장에서 도중하차한 후 도서관에 무임승차해 파묻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1만 권을 독파했다. 그 이후 1년에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는 작가로 변신, 10년 연속 베스트셀러 도서를 출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다. 저자는 스스로 ‘도서관이 만든 인간’, 즉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made in library)’라고 칭한다. 저자는 책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고 한다. 도서관 체험을 하기 전까지는 얇은 책 한 권도 읽기 벅찰 정도였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며 무기력해진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그 열망 하나였다. 저자가 도서관을 왜 선택했을까. 도서관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중년 남성인 자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가 보르헤스가 도서관을 ‘천국’이라 말한 이유를 일찌감치 알았던 것 같다. 도서관은 세상에 몇 안 되는 평등한 공간이며, 인류의 지적 자산을 누구의 독점 없이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말이다. 저자는 도서관 체험기를 통해 더 멀리,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비결을 독자와 공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