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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감각 - 매력적인 사람의 감각적 언어 표현에 대하여
한경혜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지잡대신데 어떻게 번역가 잘하시네요."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보헤미안 랩소디’등을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가 SNS를 통해 진행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때, 한 네티즌이 던진 무례한 질문이다. 이 발언에는 사회가 성적순으로 만든 대학 순위에서 서열 상 앞선 학교에 다닌 사람은 존경받아 마땅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와 혐오, 차별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발언은 누가 봐도 언어폭력으로 읽히기에 그나마 상처가 덜하다. “큰딸은 결혼 언제 해요? 때 되지 않았나?”, “애는 안 낳아요?”, “여자는 원래 그래”,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걱정과 위로를 가장한 무례한 표현에는 속수무책으로 상처 입기 쉽다. 존중과 배려가 담긴 올바른 언어와 표현의 중요성을 담은 책 <표현의 감각>의 저자는 ‘올바른 표현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과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 상관관계를 말한다.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와 상황을 고려한 언어 및 표현은 그저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말하는 사람의 품격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말을 통해 감정을 교류하고, 몸짓과 표정으로 감정을 보탠다. 언어를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도, 놓칠 수도 있다. 말 하나를 통해서 신뢰가 형성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말할 줄 알아야 하고,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할 줄 아는 것, 즉 ‘아’다르고 ‘어’다른 말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잘’ 말하는 것이 상대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섬세함과 배려심을 요구하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알기에 ‘잘’ 말하는 사람에게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잘’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은 언어와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에서 소설을 차용해 ‘잘’ 말하는 사람의 올바른 언어와 표현의 사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성, 이들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표현들의 미묘한 차이도 알게 된다. 가령 “밥이나 먹어요”와 “밥 먹을까요?”의 차이 말이다. 마음에 차지 않는 선택을 할 때 또는 최소한 허용되는 선택을 할 때 쓰는 보조사 ‘이나’가 소설 속 주인공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최선의 것을 선택한 후 의견을 묻는 듯한 “밥 먹을까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 했다. ‘아’다르고 ‘어’다른 말은 이런 것이구나, 이 책은 매력적이고 품격 있는 사람의 언어와 표현을 흥미롭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