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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Feel ㅣ 상상 고래 10
이윤주 지음, 이종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7월
평점 :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이라고 하는
이 책은 간단한 책 소개를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에서 태어난 러드(인공지능로봇)
그리고 도구로써 취급당하는 필러(인간)의 대립과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이 나의 몰입감을 최대로 만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감정이 없는 러드들이 왜 인간의 감정을
배워야 하는지 가장 의문이었다.
사회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몇 단계로 나누어서
그에 해당하는 감정을 러드가 익힐 때마다
눈에 필(Feel)이 채워지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만큼 필러의 자질이 중요해서
인간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도 벌어진다.
러드들에게 필요 가치가 사라진 인간을
잉여인간이라 부르며 가장 쓸모없게 여기면서도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러드들이 배우려고 하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결코 낯설지는 않아서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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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스토리는
러드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자신의 잊혔던 가족을 우연히 만나며
인간의 7단계 감정을 익힌다.
자신을 만든 아버지의 의도를 이해하고
사회의 악으로부터 동생을 지켜낸다.
최종적으로 진짜 가족에게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_ 그 이후의 스토리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여운이 꽤 오래갔다.
나는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들의 생활을
업그레이드해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발전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스토리가
그렇게까지 실현 불가능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러드들의 행동을 똑같이 해오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방법이 러드와 다를 뿐
동물을 도구로 삼고, 필요 없는 존재를 가차 없이 처분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철저히 이용하기도 하고
사회적 차별도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책의 세상이 무서운 이유는
이러한 문제들이 윤리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옳고 그름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
하지만 로봇들의 세상은, 특히 감정이라는 부분이
배제된 사회는 그러기가 아주 힘들다.
그러니 나는 미래에 어느 시점에라도
이러한 스토리를 가진 사회가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마 이 스토리를 쓴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최악의 미래가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눈앞의 발전만을 목표로 한 것을
잠시 내려두고 어떠한 미래를 만드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