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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옹철의 묘한 진료실 - 슬기로운 집사 생활을 위한 고양이 행동 안내서
김명철 지음 / 비타북스 / 2019년 2월
평점 :
나의 고양이는 수다쟁이다. 이름은 소박이다.
_ 대박이었다가 성격이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아 대(大)를 소(小)로 바꿔버렸다.
고양이와 이름의 궁합은 정말 찰떡이었고
우리 집에 없어선 안될 소중한 가족이 되어
3년 동안 나의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다.
_ 글을 쓰고 있는 2월 28일은
소박이가 처음 우리 집에 온 날이다.
_ 축하축하!!
청년기에 돌입해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나의 고양이는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낄까.
고양이계의 강형욱 선생님인 김명철 선생님의 책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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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나의 집사 점수는
보통에도 조금 못 미치는 것 같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은
캣타워,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각종 스크래처, 숨숨집, 장난감 등인데
캣타워는 햇빛이 잘 비치는 베란다에 뒀다가
집이 너무 높아 위험해서 위치를 옮겨
_ 우리 집은 18층 맨 꼭대기 층이다.
거실에 두기도 했지만 좁아 보인다는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내 방 베란다로 옮겼다.
이마저도 겨울에는 베란다 문을 닫아놓기 때문에
잘 쓴다고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고양이가 자라면서 체중이 늘었기 때문에
쓸 때마다 흔들려서 불안하기만 하다.
그래서 캣타워 외에 책장 위나
냉장고 위를 올라갈 수 있도록 조치해주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스크래처.
바닥에 두는 스크래처를 샀었는데
소박이가 외곽을 물어뜯는 바람에
온갖 골판지 조각들이 방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얼마 못 가 버렸고,
소박이는 의자를 스크래처 대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모님은 그런 소박이를 꾸중 내다가도
우쭈쭈 하시며 눈감아 주시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소박이에게는
따로 숨숨집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냥 침대 밑과 문과 벽 사이를
숨는 공간으로 쓰고 있다.
특히 침대 밑은 집이 비었을 때
낮잠을 자는 등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
푹신한 방석을 둬서 편안히 쉬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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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로서 정말 큰 잘못은 바로 사냥놀이를 해주지 않는 것이다.
소박이는 긴 끈이나 막대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이불 속에서 왔다 갔다 하며 놀아주면 정말 신나해 한다.
그리고 끈 몇 개를 뭉쳐서 전용 장난감도
만들어서 흔들어주면 아주 신나게 뛴다.
어렸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새벽까지 놀아줬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더니
놀이에 관심이 확 줄었다.
나도 아, 이제 사냥놀이를 많이 안 해도 되나 보다.
넘겨짚어 버리고 조금만 놀아주고 내 할 일을 해버렸다.
그럴 때마다 소박이는 장난감을 물고
내 앞에 다 갖다 주며 강아지처럼 끙끙댄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엽다고 말하고 말아버린
내 모습이 참 부끄럽다.
장난감은 종류별로 있지만
오래된 것도 있고 망가진 것도 있으니
조만간 새로운 장난감을 사서 놀아줘야겠다.
그러니까 소박아 좀 움직여봐!
마지막 월급날에는
_ 진정한 백수가 되기 10일 전이다.
수직형 스크래처와 숨숨집을 하나씩 사서
소박이에게 선물해 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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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나 부족한 집사인지
김명철 선생님을 통해,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마치 차분한 말로 내 잘못을 하나하나
꾸중해주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고양이도
결국에는 집사와 환경의 원인이 컸다.
고양이는 죄가 없다.
모든 고양이의 잘못은 집사에게 달렸다.
나부터 바뀌고 고양이와 호흡을 맞추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