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묘사나 팽팽한 갈등구조, 짜임새있는 스토리 전개같은 흥미진진한 요소는 갖추지 못했다. 물론 가슴설레는 러브스토리도 없고 시종일관 딱딱하고 설명하는 듯한 분위기로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 미래사회를 풍자, 고발하는게 주 내용이다. 올더스 헉슬리가 이 작품을 쓴 게 1932년인데 그 당시에 미래 문명사회에 대해 이렇게 합리적으로 예측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포드사가 T형 자동차를 생산해낸 1908년을 기원 1년으로 하여 AF632년 즉 AD2540년이다. 포드는 기독교의 예수와 같은 존재다. 그는 대량생산으로 진리와 미에서 안락과 행복으로 중요성을 옮기는데 커다란 공헌을 한 인물이다. 행복이라는 댓가를 위해서는 진리와 미와 종교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십자가에서 위부분 ㅣ를 뺀 T를 형상화하고 예배시간엔 '곧 오실 그분의 강림을 위하여' 성배를 들고, '우리가 죽으면 보다 큰 삶이 시작되니까' 라는 가사의 찬송은 자아를 버리고 예수 안에서 새 생명을 얻으라는 기독교 교리와 비슷하다.

미래사회에는 부모를 통한 지연출산이 아닌 <인공부화, 조건반사 연구소>에서 난자와 정자를 배양해 인공적으로 태아를 생산한다. 수정란의 우수성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입실론 5계급으로 나뉘는데 알파계급은 '수면학습'을 통해 모든 과학지식을 가르치지만 입실론 계급은 아기적부터 철저한 조건반사 교육을 통해 지식과 미를 혐오하게 하고 환경적응훈련을 통해 열대노동자로 적응시키는 훈련을 한다. 그래야만 별다른 체재불만없이 계급유지를 통해 사회안정과 공동체 번영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인의 자유나 열정은 사회불안을 야기하기에 공동체 구성원으로써 개인의 자유는 철저히 묵살된다.


그들의 삶의 궁극적 목적은 복지를 유지함으로써 개개인 모두 행복하다고 믿는데 있다. 설사 인간이기에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증도 '소마'라는 알약으로 모두 해결된다. 계급간의 갈등이 없으므로 물론 전쟁도 없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도덕관념도 없으므로 자유로운 성생활이 이루어진다. 이 곳은 모든게 만족스럽기에 더 이상 신도 필요없는 멋진 신세계다.

알파계급에 속하는 주인공 버나드는 병에 들어있을 때 대용혈액에 알코올이 들어가는 실수로 다른 알파계급과는 좀 다르게 체구가 작고 못생긴 자신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고 자신의 집단에서 철저히 고립되었다. 어느 날 그는 베타계급의 아름다운 여인 레니나와 함께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가족체제와 자연출산방식을 통해 세대를 이어가는 야만인 보호구역을 찾는다.
거기서 원래는 문면사회의 베타계급이었으나 우연한 사고로 그 곳에 머무르게 되고 아들까지 낳은 린다와 그의 아들 존을 만난다. 완전한 자연출산도 아닌, 인공부화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로 태어난 덕에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외톨이가 되고 문명사회에서는 희한한 구경거리가 된다.

이야기의 중심은 버나드에서 존에게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부푼 기대를 안고 문명세계에 발을 딛었지만 여자로서 사람의 감정을 느낀 레니나에게 사랑이 없는 동물적 성을 강요당하고 어머니인 린다의 죽음 앞에서도 아기들에게 죽음에 대한 조건반사 훈련을 통해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시키는 모습을 보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기를 든다.

1입방 센티미터로 열가지 우울병을 치료하는 소마를 배급받고 슬픔과 두려움과 불만을 잊으려는 델타계급 앞에서 독약같은 소마를 내던짐으로써 강요받은 행복을 내던지고 고통과 눈물이 있는 자유를 주려한다.
곧 그는 체포되고 퍼튼햄과 엘즈테드 사이에 위치한 산꼭대기에 있는 낡은 등대를 은신처로 삼고 혼자 살아가려 하지만 이곳도 사생활 보호가 된지 않는다. 결국 존은 자살한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예측한 이야기지만 일부는 이미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열가지 우울병을 치료하는 소마는 1989년에 개발되어 엄청난 수익을 올린 항울제 프로작과 비슷하다. 우울증의 원인이 뇌 안의 화학적 불균형에 있기에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프로작은 마음의 질병을 약으로 치료하는 효과적인 치료제이다. 물론 우울증의 원인이 뇌안의 변연계 이상탓임이 밝혀짐으로 인해 전적으로 개인의 의지로 극복해야 하는 부담은 덜었지만 자칫하면 약에 의한 행복은 인간의 소중한 권리인 감정표현조차도 기계적으로 제어당하는 하급동물로 전락시킨다.

그리고 '만인은 만인을 위해 일한다. 다른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심지어 입실론 계급도 쓸모가 있다. 입십론 계급이 없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다'고 수없이 주입하면서 '내가 입실론 계급으로 태어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라고 모순된 계급의식을 고취시킨다. 직업의 귀천은 없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슬로건을 내세워 각자 자기 위치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할 것을 강요하지만 사실은 하수구 청소를 하면서도 만족해하는 보카노프스키 계급을 대량생산하는 현대사회와도 닮아있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항상 행복하다. 불행의 요소를 모두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명목하에 시달려야 하는 부양과 출산과 사랑의 의무는 비합리적이고 고통스러우므로 국가의 몫이 되었고 가정은 해체되었으며 심지어 고독마저, 공동체에서 이탈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허용되지 않는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점차 원하는 인간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질좋은 난자가 거액에 시달리고 있으며 복제인간 탄생도 눈앞에 다가왔다. 그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언젠가 알파계급의 독점적 위치를 누리기 위해 수백만명의 일란성 쌍생아로 이루어진 보카노프스키 계급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물론 입실론적 환경부여를 위해 산소결핍같은 방법으로 태아를 표준이하로 만들수도 있다. 만인을 위해 개인의 존엄성을 희생하고 누리는 행복, 개인의 의식을 강화하고 세련되게 정제함으로 느끼는 고통.... 과연 어느게 더 나을지는 개인의 판단마다 다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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