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네살의 아가씨 베로니카는 부러울게 없는 여성이다.

젊고 미모를 갖추고있고 도서관사서라는 직업에, 자상한 부모, 매력적인 남자친구까지...

그러다 어느날 문득 삶의 공허감을 느끼고 수면제 네통을 털어 자살을 시도한다.

그녀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앞으로 늙고 노쇠해지고 친구들도 떠나가는식의 삶의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결여, 세상은 폐허로 바뀌고 있지만 자신이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신감결여..두가지다.

 

아침에 수녀원에서 눈뜨고 도서관으로 출근해 일하고 극장앞에서 샌드위치로 점심 때우고 저녁에 퇴근해 남자친구와 인스턴트식 사랑을 나누고..반복되는 일상에 지칠법한데 이게 평생을 계속되리라 생각하니 남는건 공허감밖에 없다.

 

그녀는 원래 열정을 바치고 영혼을 위로할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했으나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 변호사가 되라는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다.

성과와 효용과 카이로스를 중시하는 어머니와 비효용적이고 비생산적이고 크로노스를 갖고싶어하는 딸의 모습은 우리나라 사회와도 닮아보였다. 돈많이 벌고 그럴듯해 보이는 의대 법대의 과잉열기와 '공부못하는 애들이 가는' 예술가와 문학가의 길... 

 

베로니카는 정신병원 빌레트에서 수명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고 남은 시간동안 해보지못한 모든걸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첫사랑을 잊지못해 우울증에 빠진

제드카, 사십년동안 변호사로 일했지만 공황장애로 입원한 마리아,

외교관이 되라는 부모의 기대를 버리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다 이

단에 빠지고 정신분열증에 걸린 내성적인 청년 에뒤아르...

 

정신병원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자기행동에 책임질 필요 없고, 먹고

살기위해 치열히 싸울 필요없고,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실업, 전

쟁, 기아의 고통을 느끼지않아도 되는 빌레트의 생활에 익숙해져간다.

정신병원에 익숙해져간다는 건 사회로 나갔을때 적응못하고 병원에

되돌아올 확률이 높다는걸 의미한다.

 

베로니카는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주는 에뒤아르와 사랑에 빠져 7째

날 그와 도주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그와 껴안고 포도향이 나는 죽음의 냄새를 조금

씩 느끼며 잠이 든다. 하지만 경비원의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고 기

적과 같은 또 하루가 이어진다..

 

의사는 환자의 태도를 실험하기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나에게 살수있는 날이 일주일이라면 난 어떻게 살것인가?

아마 죽음의 공포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아는것과 예견된 죽음을 느끼는것은 확실히 다르다. 실직, 실연, 가난, 수모, 진학실패, 고독 등의 삶의 고통은 죽음의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해준다. 그래서 나는 고통없이는 살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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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너굴 2008-10-16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엔딩 있는줄 모르고 책 읽기 전에 읽어버렸어요.....ㄱ-;;
글 맨 위에 엔딩 써있다고 경고(?)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