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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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전자' 쪽으로는 젬병이라 휴대폰은 10년을 쓰다가 회사 상사한테 끌려가서 겨우겨우 바꿨고 MP3도 6년 쓴 아이리버, 액정 안 나오는데도 쓰고 있다. 그러니 앱스토어가 뭔지 아이튠즈가 뭔지 둔감둔감... 따라서 전자책이라고 해도 거의 관심 밖에 있었다. 

이런 나는 출판 편집자다. 그러나 밥줄과 연결되어 있다보니 전자책에 대한 묘한 반감 같은 것이 있었다. 전자책은 내게는 막연한... 그런 놈이었다. 

그런데 올해 도쿄 북페어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아마 그때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출간 작업중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당시 이 책의 머리말에 소개된 "지금은 '메일'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 email을 가리키듯이 '북'이라고 하는 것이 당연 'ebook'을 가리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문장. 좀 쇼크였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렇지만 책보다는 북페어 현장에 깔린 온갖 전자책 관련 회사들의 팜플렛에 더 관심이 갔다. 아무튼 이때를 기회로 전자책에 지대 관심을 갖게 되긴 했다.  

그러다가 이 책이 한국에 출간됐고 상당한 반응을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사서 읽게 됐다. 하여튼 느리긴...--;; 일본에서도 반응이 상당해서, 이 책의 종이책이 나오기 전에 이 책의 전자판 10000권을 한정 보급하는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고 한다. 종이책도 나오자마자 여러 서점에서 1위를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나니 전자책과 전자책을 둘러싼 현재까지의 환경들이 확 정리가 돼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출판에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출판계에 있다보니 불만도 많았는데, 저자의 시원한 일본 출판계 비판은 우리나라를 대입해도 유효하다. 특히 반품 가능한 위탁제에 대한 비판은 정말 공감하는데 일본은 잡지유통과 책 유통이 융합되면서 그렇게 됐다고 치지만 잡지시장이 크지도 않은 우리나라는 그냥 시스템만 가져오면서 덩달아 다량의 반품 책까지도 양산해버렸다. 그리고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밀어내기'라고 표현하는, 어제의 반품을 오늘의 신간으로 대체해서 매출을 맞추는, 기가 막히게 미련하고 역겨운 관행... 아 구역질 나려고 한다... --;; 저자는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다.  

내가 출판계에 불만이 너무 많다보니 너무 전자출판 쪽으로 경도되는 것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전자출판이 가져올 기회라고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자출판이 만들어낼 '생태계' 그곳에서 책을 매개로 해서 만들어질 저자, 독자, 편집자, 출판사 등의 커뮤니케이션... 장밋빛으로만 볼 것도 아니지만 한번 기대해볼 만하지 않나?

지금 일본은 전자출판을 둘러싸고 통신사, 리더기회사, 출판업계의 큰 회사들이 다 뛰어들어서 서로 연합해서 주도권을 잡겠다고 난리도 아니다. KDDI, NTT, SoftBank 3대 통신사는 다 뛰어들었고, 대일본인쇄나 돗판인쇄 같은 거대 인쇄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무래도 인쇄업계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다. 리더기 회사로는 삼성이나 LG랑도 제휴한다던데... 아무튼 이런 분위기에는 미국 기업인 아마존, 애플, 구글 등에게 일본시장을 뺏기면 어쩌나 하는 심각한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는 어쩌고 있나 잘 모르겠다. 번역판에 추가되어 있다는 보론이 궁금하다. 내 생각에 우리는 일본에 비해 출판시장이 1/3 정도로 워낙 작고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리더기도 아직은 많이 보급된 것 같지 않다. 아이패드는 아직 출시 안 됐고... 그래서 모두가 관망 상태 아닌가 싶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아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띠지 때문에 귀찮아 죽을 뻔 했다. 한국에서도 띠지 있는 책을 사면 책갈피로 쓰거나 버려버리는데, 이 책은 살 때 서점에서 커버를 씌워줘서 띠지가 덜 걸리적거리기도 했고(얘도 만만찮게 귀찮은 놈), 기념이랍시고 그대로 둘러놓은 채로 읽는 미련한 짓을 하다가 다 읽고 나서야 뺐다. 도대체 이 그지 같은 건 왜 만드는 건지... 쓸데 없는 자원낭비다. 세계적으로도 일본과 일본이 하는 짓은 뭐든지 다 따라하는 한국 책에만 붙어 있는 놈이다. 나름 홍보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쓸모 없는 놈! 출판사에서 일할 때도 띠지 만든다고 하면 완전 반대했던 놈이다. 띠지 같은 것 없어져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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