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정독해서 읽었습니다. 일하면서 정말 필요한 내용을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편집자에 대한 상을 잡는 데 실마리를 던져주셔서 그것도 참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참 어두컴컴합니다. 엉망진창 난장판인 한국 출판계에서 훌륭한 편집자가 몇이나 나올 수 있을까요? 인프라 구축이든 저자 개발이든 컨텐츠 개발이든 투자의 '투'자도 모르고, 편갈라 싸움질, 꼴에 세습경영, 저자는 거저 줍고, 저작권 개념은 우주로 날려버리고, 변변한 노조도 없고, 편집자들은 잘 팔리는 책만 쫙쫙 뽑아대면 장땡인 줄 아는 20세기식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이 바닥에서 편집자들에게까지 투자해달랄 수도 없고요... 참 막막합니다. 정말 이 바닥이 꼬딱지만한 덕에 다른 업계에서는 벌써 도태됐을 인간들이 행사 깨나 하는구나...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자기가 능력을 발휘한 후 돌아오는 댓가는 정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물질적인 돈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성취감이든, 무엇이든 간에요. 그런데 지금 출판계가 편집자뿐 아니라 책 한 권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유형으로든 무형으로든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는지 심각하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 많지요...  

단순하지만요, 이런 생각도 듭니다. 한달에 100만 원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100만 원짜리 사람들입니다. 한달에 1000만 원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1000만 원짜리 사람들이지요. 개개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편집자 집단에 내재화됩니다. 또 사회통념으로 굳어집니다. 내가 아무리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들 숫자로 체크되는 나의 가치는 그렇다는 거지요. 언제까지 '우리는 박봉이지만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사람이야'라는 어거지식 자위를 해야 합니까. 

사장님들 경영자님들 엄한 데 돈쓰지 말고 일부라도 사람 키우는 데 투자 좀 하세요. 출판계 박봉이기로 유명하지요? 한 가지만 생각해봅시다. 인재 안 들어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직 배우고 쌓아야 할 것이 많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싫기는커녕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편집자들한테, 그리고 예비 편집자들한테 '감히' 여러가지 것을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출판계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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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로로 2009-10-04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평인데... 왜 이렇게 별점이 후해요? 2~3개만 줘도 충분한 책을. ㅎㅎㅎ

짜리 2009-10-05 13:05   좋아요 0 | URL
아...^^ 그래도 가려운 데는 팍팍 잘 긁어주었고, 저로 하여금 이를 악물어봐볼까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게 고마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