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2
박래군 지음 / 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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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초에 나온 신간인데, 저자가 쓴 인권기행 1이 2020년 5월에 나왔으니 그로부터 1년 10개월동안 8개의 지역 또는 사건 또는 인물을 찾아 나선 기행문이자 기록 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좋았습니다. 독서하는 내내 참 좋았습니다. 1개 지역을 마무리하면, 인터넷에서 그 지역 지도를 찾아 다시 확인해보니 직접 돌아보는 것 같아서 생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유익했기 때문입니다.
미처 몰랐던 것들, 특히나 가까이 있었거나 또는 들러봤던 곳들에 깃든 사건, 사람, 사연을 왜 그 때 몰랐지, 왜 여태 몰랐을까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들게 해줍니다.
아니, 아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고, 다음에 또 그 지역을 가게 되면 꼭 찾아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최초의 소수자 인권운동단체이자 인권운동이었던 형평사 운동은 고등학교 시절인가 얼핏 시험공부하면서 스치듯 들었던 백정 해방 운동일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더 알게 된 점, 특히 인권과 평등한 대우를 선각하고 지역 사람들의 배척을 묵묵히 견디어내신 강상호 선생이라는 분을 알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숙연하기도 해졌습니다. 경남 진주에 가면 꼭 이 분의 묘소를 가보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이 형평사 창립 100주년이라는데, 우리나라 모든 인권단체들이 힘을 합쳐 기념운동을 전개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제대로 아는게 적었던, 이소선 어머님의 인권운동가 노동운동가로서의 삶도 좀더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제 전태일 기념관을 가면 전태일 열사뿐만 아니라 이소선 인권・노동운동가에 대해서도 더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부분도 좋았습니다. 충청, 전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운동이 동학운동이고, 농민혁명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고 얼핏 알고 있는데, 속리산이나 법주사 여행지로만 접한 충북 보은도 그 주요한 곳인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전주에 가도 전주 한옥마을 등만 둘러볼 뿐이었지, 일본으로 반출되어 해부학이나 우생학 교재로 악용되다 돌아온 무명의 농민장군의 유해를 모신 ‘녹두관’이 있는 줄도 미처 몰랐습니다. 이제 충북 보은과 전주를 가면 근대적 인권사상, 아니 서구의 근대적 인권사상보다 더 뛰어날만큼의 동학과 동학농민운동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앙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이들을 죽인 천주교 박해사건의 현장들도 더 알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서산 해미읍성은 아직 못 가보았는데, 언제 한 번 가면, 신앙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순교한 수많은 천주교 신자, 조선 후기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신앙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선배들이 있었다는 점에 숙연해졌습니다.

자전거타고 동두천 소요산 역까지 90여킬로를 달려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근처에 있던 미군 위안부 ‘기지촌’ 지역을 둘러볼 생각을 왜 그 때는 못했지 싶었습니다. 미군 위안부 ‘기지촌’ 운영의 실질적 책임자인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한 재판이 현재 진행중이고, 1심에서 정부의 인권침해가 인정되고, 2심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었다는 점도 알게되어 기뻤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그러기를 기대하면서 동두천 미군 기지촌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터 이야기,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터 이야기, 광주대단지 사건(성남민권운동) 현장 이야기 등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또 좋았던 이유는, 슬픔에 그치지 않고 희망의 역사를 느낄 수 있어서였습니다.

책의 제목은 ‘상처’를, 그리고 부제에서도 ‘역사’라는 단어가 있으니, 마음이 아픈 사건, 슬픈 사건, 답답한 역사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8개의 지역, 사건에서 인물들이 더 다가왔습니다. 인권이라는 단어로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더 좋게 바꾸기 위해 움직인 사람 또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답답하지 않았고, 한숨보다는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유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과 책을 읽는 중 느낀 저의 감정이 비슷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있는 저자의 후기에 적힌 다음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그럼에도 언제고 뒤돌아보면 잊고 있었던 사건과 사람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길 위에 (내가)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그 사람들을 기억하자는 이 책이 오늘의 불의와 차별에 문제를 느끼고 저항해가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면 진짜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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