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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끝없는 투쟁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9년 8월
평점 :
이 책에 앞서 읽은 링컨에 대한 책 2권을 통해, 링컨을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중 하나로 만든 이유를 조금 알게 되다보니,
영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처칠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처칠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서 고르다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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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흥미롭고 재밌는 책같습니다. 분량도 길지 않고 번역도 깔끔한 듯 하여 쉽게 읽힙니다.
2차대전에서 영국을 구한 지도자인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으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히틀러와의 평화협상을 통한 영국의 생존을 거부하고, 망하기 직전까지의 궁지에 몰려있던 지경에서도
어떡해서든 미국을 참전시켜 유럽대륙에서 나치와의 전면전을 벌여, 히틀러와의 전쟁에서 진짜 끝장을 보기로 한 배경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히틀러의 위험성과 비정상성, 그리고 히틀러를 굴복시키지 않고 유럽대륙에서 공존하는 현상 유지를 택하는 순간 닥쳐올 미래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가 철저하게 인식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 시대 어느 정치인보다 강력한 ‘주전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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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전혀 몰랐던 처칠의 어린 시절과 2차 대전 이전 정치인 시절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 상당한 ‘반골’ 기질이 있었나 봅니다. 그냥 ‘반골’이 아니라,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청소년이라 19세기 후반 영국 귀족이나 상류층들 자제들이 다니는 종류의 학교 생활에서 결코 순종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업성적은 거의 낙제생 수준이구요.
그래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였던 키팅 선생을 따르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의 모습이었나 싶습니다.(물론 키팅 선생같은 분을 만나서 그런 것은 아닌 듯하구요.)
그런 성격의 소유자라서 그런지 그는 옥스퍼드나 캠버리지같은 유명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삼수 끝에 사관학교에 입학하였는데,
이런 20대 이전의 성장기가 없었다면, 우리가 아는 그 후의 ‘처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관학교 졸업 후 하급 장교인 소위로서 인도를 비롯한 이러저러한 식민지에서의 전쟁에 참전하지만, 그마저 관성에 젖었다고 생각되는 상급 지휘관들을 공공연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소신’을 굽히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계속 쌓아갔나 봅니다.
그리고 그가 20대 중반에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가, 자신이 속한 보수당 소속 동료, 선배 의원들의 고리타분한 행태가 너무 싫어 곧바로 탈당하여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보수당의 대척점에 있는 자유당, 그 중에서도 급진 좌파 지도자인 로이드 조지와 손발을 맞추기도 하고, 1차대전 시기를 포함한 자유당 집권기에 여러 장관직을 수행한 사실,
자유당을 탈당한 지 20년만에 다시, 자신을 여전히 ‘계급의 배신자’로 보는 이들이 득실득실한 보수당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2차 대전의 영웅말고도 다른 모습의 처칠도 조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 책은, 현 영국 총리인 보리스 존슨이, 7년 전에 쓴 ‘처칠 팩터’라는 제목으로 나온, 처칠 평전인데, 이 2권을 읽으면, 그래도 처칠에 대해 좀더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