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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장선하 옮김 / 책만드는집 / 2012년 7월
평점 :
새롭게 번역된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올해부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저작권 기한이 끝나 여러 번역의 <노인과 바다>가 출간됨을 알았다. 다양한 번역의 <노인과 바다> 중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번역가 때문이다.
이 책 바로 전에 장선하씨가 번역한 책을 읽었던 터라 자연스레 번역가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었다.
고전 중의 고전이자 퓰리처상,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인과 바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길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늙은 어부의 생생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석 달 가까이 고기를 잡지 못하던 늙은 어부가 바다에서 악전고투 끝에 아주 큰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돌아오는 길에 상어들의 습격으로 배에 매달아 두었던 물고기는 뼈만 남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노인에게 남은 것은 큰 물고기를 잡았다는 증거가 되는 물고기 뼈 뿐이지만, 노인은 다시금 사자 꿈을 꾼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읽은 <노인과 바다>에서 특히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소년의 노인에 대한 경외심이었다.
노인에게 있어 소년은 외로운 바다에서 동반자였을 것이다.
어리지만 노인의 보호자 같기도 하고 노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하지만 아직 소년이기에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곁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존재이다.
소년의 부모는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의 배에서 다른 배로 옮기게 한다. 그렇지만 소년은 여전히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노인에게 먹을 것을 가지고 찾아와 보살펴 주고 격려하고 위로한다.
그리고 노인도 소년을 많이 의지하지만, 결국 바다에서는 홀로 물고기와 싸울 수밖에 없다.
노인이 상어떼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면 아마도 금의환향했으리라.
잡은 물고기를 팔아 먹을 것이나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바다를 나가기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큰 물고기는 노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의 삶도 어떤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현실은 해피엔딩이 아니기 때문에 노인의 삶이 더 현실처럼 느껴진다.
고전이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세대에 따라 느끼는 감동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 시절 읽었던 <노인과 바다>와 지금 읽는 <노인과 바다>는 분명 다른 느낌을 주었다.
어릴 때는 잘 이해되지 않았던, 혹은 그냥 스쳐 읽었던 것들이
세월이 지나고 삶의 무게를 경험한 때에 이르니
노인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절절히 사무쳐왔다.
헤밍웨이의 이런 세밀하고 현실적인 묘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