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 차별과 편견을 허무는 평등한 언어 사용 설명서
오승현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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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에 의한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흉터가 점점 더 단단해진다.

말은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말이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말로 인한 직접적인 상처 못지않게 우리 사회 속에 널리 쓰이는 말 속에 담긴 차별과 편견을 얘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이런 말도 편견이 들어있는 말이었나?' 싶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장은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적 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장애우', '단일민족의 숨은 뜻',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말하고 있다.

 

 

2장은 전통적인 약자인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유관순 누나는 있으나 유관순 언니는 없다. 하나님 아버지는 많이 사용하지만 하나님 어머니는 어색하다.

영어에서조차 manwo-가 붙어 woman이 된다. actress(여배우), princess(공주),waitress(여 종업원)도 남성형 단어에 여성형 접미사를 붙여 만든 단어이다.

 

 

두 개의 말이 합쳐진 단어에도 차별은 존재한다.

주로 남성형이 앞에 여성형이 뒤에 붙는다.

남녀, 남매, 부모 등등 남녀평등 이라는 단어에서 조차 남성형이 먼저 붙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부정적인 단어에는 여성형이 앞에 온다. 편모 편부, 계집 사내, 에미 애비 등등

 

 

3장에서는 가정의 편견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언어 중에서 결혼은 정상적인 것, 결혼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말들이 많다.

미혼(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아직 결혼하지 않은 엄마), 미망인(먼저 사망한 남편을 두고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 그 대표적 예이다.

 

이런 단어들은 결혼을 통한 부부중심의 가정만을 정상적인 가정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말로 현대의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이 말이다.

 

 

이 외에도 왕따 문제, 스포츠에 숨겨진 전쟁의 말, 집단주의, 국민과 시민 등에 관해서도 주의 깊게 읽어볼만하다.

 

 

여러가지 차별적인 말들이 있지만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비차별적 언어로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예전에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강간이라는 말이 성폭력으로 바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왕따라는 말도 '집단 따돌림', 내지는 '집단 따돌림 죄' 등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왕따라는 말이 주는 어감과 후자의 단어들이 주는 어감은 분명히 다르다.

왕따라는 말이 개인적이고 장난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면, 따돌림이라는 말이 범죄라는 느낌을 더 준다.

 

 

무상급식과 의무급식이란 말도 있다.

무상급식은 공짜라는 의미와 함께 소득에 대한 차별적 의미가 있지만,

의무급식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적인 급식이므로 무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비슷한 예로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이 주는 단어의 느낌 차이를 비교해 본다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평소에 쓰는 말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이 책이 사회 전반에 걸친 차별적 언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쳐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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