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못 끓이는 자취생이 만드는 요리
김경미 외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이다. 정말 잘 지었다. '라면도 못 끓이는 자취생이 만드는 요리!' 

이건 나잖아? 실제로 자취를 하면서 밥 해먹을 필요성과 내가 지금까지 할 수 있는 요리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할 사람은 주저없이 이 책을 집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비추다. 인터넷으로 한번만 검색하면 수백개의 레시피가 나오는 지금 시대에 굳이 이 요리책을 구입한 요리 초보자들에게 이 책은 별 장점이 없다. 아니 장점이 없다기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말이 맞겠다. 

1. 먼저 저자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이라 혼잡스럽다. 

맨 앞부분에 요리의 주인공을 소개하는 부분은 무슨 동아리 축제 전단을 보는것같다. 전공과 나이, 짤막한 후기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정도는 어느 책이나 당연한거지만 도대체 혈액형, 취미, 별자리, 노래방을 좋아하느니 이런걸 굳이 왜 기재했는지 알수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그정도는 애교로 넘어간다해도, '본인의 추가 프로필 공개를 거부함' 이라던가, '아무런 자료를 받지 못했음' 이런 부분이 떡하니 소개부분에 써 있는것은 편집의 아쉬움이다.  

한 명이 한 파트씩(예를들어 한명은 안주, 한명은 반찬, 한명은 간식 이런식이다) 맡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런식으로 한 종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요리가 소개된 점은 매우 좋다. 실제로 자취를 하다보면 밥과 반찬만 먹지 않고, 친구들과 술자리도 많고 주말이면 간식도 만들어 먹고 하는 일이 많아 여러 종류의 요리 레시피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도 편집의 안타까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은 탕수육을 상당히 좋아하는지...비슷한 레시피가 무려 3군데에서 보이고 있다.  

a.안주파트: 물만두탕수 (레시피: 만두를 기름에 튀긴 후 미리 만들어둔 소스를 뿌린다) 

b.영화파트: 오징어탕수 (레시피: 오징어바를 기름에 튀긴 후 소스를 만들어 뿌린다) 

c.간식파트: 군만두탕수 (레시피: 만두를 기름에 튀긴 후 소스를 만들어 뿌린다) 

다른점이 있다면 모조리 소스의 조합이 다르다는것이다. 이걸 다양하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2.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7명의 저자가 7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는 방식은 다양한 종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좋으나, 모두 프로보다는 아마추어의 느낌이 물씬 나는 사람들이다보니 각 파트별 완성도의 갭이 크다. 괜찮은 파트에서는 여러 레시피를 활용했지만 아예 장난같은 파트도 있다. 어느 요리책이건 이상한 레시피 하나둘씩은 꼭 들어있기마련인데, 이 요리책은 다른 요리책의 'TIP'이나 'PLUS'같은 부분에 들어갈 음식이 하나의 메뉴로 당당하게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제목에 충실한다면 그야말로 요리 생 초짜를 위한 요리책이 되어야했다. 내가 이후 구입한 요리책은 밥 짓는법부터 시작한 책도 있었고, 스피드 요리부터 시작되는 요리책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요리책은 시작부터 닭갈비며 '스파게티 미역탕'같은 기상천외한 퓨전음식이다. 맛을 떠나 앞부분만큼은 좀 쉽게 시작했으면 어땠을지 싶다. 

  

3. 음식 사진 

별로 할말이 없다. 내가 본 요리책중 이렇게 맛없게 음식사진을 찍은 요리책은 처음이다. 요새는 블로그만 봐도 침이 질질 흐르던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어찌되었건 자취시절 구입하여, 몇년째 책장을 지켜온 요리책이다. 가끔 펼쳐보기도 하고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좋은 책은 아니다. 요새는 정말 좋은 요리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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