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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문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2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1/pimg_7127832473442661.jpg)
나에게 보물같은 두아이. 난 이 아이들이 보물이기에, 이 보물들을 다 반짝반짝 하게 닦아내기위해 인생의 설계를 바꾼다.
바뀌어진 내인생은 너무 급작스러웠고, 너무 서툴렀기에 힘겨움이, 때로는 버거움이 눈물로 솟구치기도했던 순간들
그런데 그 순간은, 과연 누구를 위한 순간이였을까?
아이를위한? 나를 위한? 우리 부부를 위한?
나는 언제부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걸까? 생각을..하긴했었나?
그저 막연히 그래야한다고 스며들고 물들어 있었던건 아닐까?
"다들 도박하는 걸로 보여요. 자기 아이들도 자기들처럼 아니 어쩌면 한결 행복하게, 태어난 걸 축복으로 여기며 살 거라는 데 판 돈을 건 것 같다고요. 인생에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사실은 행복이 훨씬 크다고 믿죠. 그러니까 도박도 할 수 있어요. 언젠가 모두 죽지만 인생은 의미있고, 고통에도 다 뜻이 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 있다고 자기 아이들도 믿을 줄 알아요.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을 뿐, 자신을 위해. 더 지독한 건 그런 도박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것은 아무것도 걸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AID.정자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자신의 뿌리의 반쪽,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채 태어나는 아이.
그아이가 외치는 한마디에 전혀 생각치 못한 질문하나가 나를 괴롭혔다.
나는 왜 아이를 낳았을까?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한일이였으니깐. 결혼도 당연했고, 결혼후 아이를 갖는다는것도, 아이를 낳음 키우는것도 아빠가 아니라 엄마임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게 어디있을까?
책을 덮었을때, 그때 그 찰나에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제일 잘 표현되기 마련이라, 즉각 기록을 남기는편인데..
이책은 뭔가 주절거리기조차 주저된다.
삶의 의미가 송두리채 흔들릴수있을까 무섭기도하다. 의문을 갖는것조차가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하다.
인생을 살아감에있어서 의미를 찾는방법에는 두가지가있다고 한다.
남들에게 받는 인정, 월급, 칭찬 등등은 외적동기.
스스로에게하는 셀프 칭찬, 성장을 통한 자기만족, 의미있는일, 설레거나 내 호기심을 끄는일 등은 내적 동기.
결혼은, 아이들은 과연 내적동기였을까? 외적동기였을까?
흐르듯 생각없이 살아온 나와달리 여기, 이 책속, 한여름을 오롯이 홀로 온몸으로 견디고있는 한여자가있다.
빈곤한 가정환경속에서, 호스티스인 언니와, 어린조카만이 유일한 피붓이로 그마저도 멀리서 지내던 마키코.
대관람차. 하늘에도 시간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기억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듯 완만하게 움직이는 대관람차를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좋아할지도 모르는 마키코가있다.
그러한 마키코가 짐심으로 만나고싶어하는 아이. 자신의 아이.
모두가 반대하다못해 경악해하기도하는 그 싱글맘의 아이.(마키코는 어쩐 이유에서인지 섹스가 온몸으로 거부되는 여자였다)
자신의 필요로 의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만나고싶다는, 자신마저도 설득력 없던 허황된 생각이 점점 커져가면서
그로인한 인연, 그리고 기존의 인연들과의 이야기들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저자가 의도하는 표현하고자하는 전달되고자하는 한가지 이상의 무언가는 다 실리기 마련이겠지만
얕은 독자는 그저 지금 내 상황에 내 현실에 내 마음에 콕하고 박히거나, 쿵 하고 떨어지는 그것.
그것 하나만이 오래도록 남는다.
나의 사랑스런아이들. 나의 보물들. 나의 전부인 아이들.
마키코만큼이나 나는 그들의 삶을 고민해보고, 염려해주었던가?
10년전 나의 여름, 그리고 지금의 나의 여름은 무엇이 달라져있을까?
마키코의 지난여름과 지금의 여름만큼이나 나는 성장하고있는걸까?
정자이식, 싱글맘, 한부모가정, 가부장적시대, 남성우월주의, 여성평등 등등의 이야기들은 접어두고라도
그저 나는 너무 뭣도 모르고 둘이나 낳아버린 아이들에게 어떠한 엄마가 되고있을까?
그것또한 나의 내적동기가 아닌 아이들의 평가를 바란다면, 도대체 "나"는 어떠한 의미로 살아가야하는걸까?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떠한 삶을, 삶의 의미를 전달하며 (가르치기보단) 공유하며 살아가야할까?
너무나 때늦은 고민을 하게되는 책이다.
이 때늦은 고민의 답이 후련해지는 그날이 오길, 아이들이 내게 와줌이 더할나위없이 감사해지고. 마음 가벼워지는 그날오길.
혹시 그 고민이 해결되지않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흐를테고, 아이들은 말릴새없이 자라날테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다키웠다~ 만세하는 엄마보단,
내가 너를 이세상에 태어나게 한 이유, 내가 너를 만나야만했던 이유, 너의삶에있어서 내가 이토록 응원하며 바래왔던 그무엇.
너를 만나기전에 해보지 못한 이고민들을 지금이라도 하게하는 책. 여름이 오기전 푸름속에서 읽기 좋은 책 강력히 추천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11/pimg_712783247344266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