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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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고, 순탄한 하루가 지나갈때, 아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가 잘 흘렀다, 오늘 하루 몹시 행복했다. 라고 아..감사하는 순간이 있었나?

여름휴가의 끝에 아이가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에 시달리고, 이틀밤을 자는둥 마는둥 간호하다가, 이제 그 열병이 나에게도 찾아왔건만

수월해진 아이의 목소리 끝에 아, 다행이다. 아이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고 오히려 내가 대신 아픈것만같아서 그 또한 감사하다.

분명, 첫번째 상황이 더 행복하고 감사해야할지인데, 인간이란 그렇지 못한가보다.

"인간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걱정과 번민 속에서 허우적거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권태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생겨 먹었다고" 말하는 마르틴의 말에 일맥상통하는 상황이 지금이지 아니한가.

캉디드, 프랑스어의 candide는 순박하다 라는 뜻

이 순박한 청년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그의 선생 팡글로스의

"원인 없는 결과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가능한 모든 세계중에서 최선의 세계이다"

라는 낙관주의가 증명되는지, 혹은 파괴되는지가 이책은 알려주고자한다. 아주아주 풍자적으로.

그에게 또 그의 주변인물들에게 이러난 이야기들.

팡글로스 선생과, 캉디드가 사랑한 남작의 딸 퀴네공드,

그리고 그둘이 다시 만나기까지 그들의 조력자였던 철학자 마르틴과 신중한 카캄보, 그리고 노파의 이야기

그들 외에도 그들이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검둥이 해적에게 1백 번이나 겁탈을 당하고 한쪽 엉덩이를 잘리고, 불가리아 군인들에게 태형을 당하고 종교 재판에서 채찍질을 당하고, 교수형을 당하고 해부당하고, 갤리선에서 모진 채찍질을 받으며 노를 젓고 이 모든것을 당해야했던 등장인물들은 결국엔 죽지않고 살아남아 한 시골 농가에 정착하게된다.

하지만 현재 빈둥거릴수 있는 지금에서야, 그 끔찍한 일들이 불행했던건지, 지금이 불행한건지 알수없다는 이들.

다시말해, 그 숱한 재난을 겪은 캉디드가 드디어 그의 여인 퀴네공드와 결혼해서 그들의 인연들과 옛잉카의 나라에서 엄청나게 많은 다이아 몬드까지 가지고 왔으니 그는 분명 행복해야하는데 이 무슨소릴까?

궁금해진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작가의 풍자적 묘미들이 이 질문을 해소시키기 충분히 우습고도 슬픈, 요즘말로 딱 맞아떠러지는 웃픈 상황이 한페이지 한페이지마다 펼쳐지니말이다.

태초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태어난 것은 ut operaretur eum, 즉 일을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이것은 결국 인간은 놀기 위해서 태어나지 안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작은 땅이지만, 자식과 함께 농사를 짓고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나간다는 노인장만이 이책의 유일한 팔자좋은사람.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한다. 그것이 삶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다.

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끝나는 이책의 결론에 심히 고개가 끄덕여지고,

심지어 나조차 행복이 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가능한 최선의 세상과 좀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고민따윈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내앞에 놓여진 해야할 일들. 내눈에 보이는 내가 할수있는 무언가에 집중할수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풍자적 철학서라지만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재미나고 무서운 꽁트한편.

고전을 통해 지금 현재 내 삶의 고민이 뒷통수 한대 탁 얻어 맞은듯 해소되는 이맛에 읽어나가는 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에서 54번째로 출판된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가볍게 읽을수 있지만 묵직하게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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