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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업데이트 - 초보 아빠에서 베테랑 아빠로 나아가기,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홍석준 지음 / 영진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2020년 4월 29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이 곁으로 와주었다. 지금도 처음 아이를 안아들때의 느낌, 아이의 살 냄새, 아이 살결의 감촉 모두가 생생하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해내겠노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육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한동안은 정신 없이 지냈다.
아이 돌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해 주위 사람들과 육아 고민을 나누게 되었다. 놓인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아빠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대화를 나눠본 아빠들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육아 = 고통, 수련'임을 끊임 없이 강조하는 '수행자형',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는 거라며 큰 소리치는 '방관자형' , 그리고 전문 용어와 함께 육아지식을 설파하는 '전문가형'... 다 나름 공감가는 부분도 있고 좋았지만, 결국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이들은 아이와 열심히 교감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었다. 처음 아이를 만나 다짐했던 때와 같은 마음을 꾸준히, 그리고 잘 간직하고 사는 이들이라 더 통했던 것 같다.
'아빠 육아 업데이트' 의 저자가 내 주위 사람이었다면 아마 그런 사람들 중 대장격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와 일면식도 없지만 이 책을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좋은 아빠를 한명 더 알게된 것 같아 기뻤다.
미리 경고해 두자면 이 책을 읽게 되는 아빠들은 좀 뼈 때리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나름 육아에 진심이라고 자부하던 나도 그랬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아빠는 고쳐쓰는 사람이랬다. 격하게 공감이 간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아빠도 없다. 좋은 아빠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은 어쩌면 '고쳐질' 의지가 있는지와 아닌지로 구분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작가의 방법론을 빌리자면,
(135pg ~ 인용)
- 고쳐쓰기 하나. 자유로운 아이를 원한다면 가두지 말자
- 고쳐쓰기 둘. 아이는 아이답게 커가는 중이다
- 고쳐쓰기 셋. 너나 잘하세요
- 고쳐쓰기 넷. 서로 간의 믿음 쌓기
- 고쳐쓰기 다섯. 참을 수 없는 착각의 유혹
더 이상 스포가 어려워 세부 내용은 적기 어렵지만, 육아에 관심이 있는 아빠라면 소 제목만 보고도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너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어서, 많은 이들이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작가가 전술한 '전문가형' 아빠처럼 이 책을 통해 이래라 저래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의 전반에는 그가 그간 해 온 고민, 흔들렸던 이유, 실수를 비롯한 삶의 단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이 내가 느낀 이 책의 다른 매력 포인트이다. 그 어떤 좋은 육아서도 육아를 대신해 줄 수는 없으니까, 본인의 경험을 전달하며 독자로 하여금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작가의 화법이 나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육아휴직'에 대해 언급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아직도 사회가 폐쇄적이라는 것은 굳이 강조해 설명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육아에 있어 남성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며 육아휴직의 필요성도 분명 높아지고 있다. 근데 휴직을 결정하기가 참 쉽지 않다. 수입의 감소, 생활 패턴의 변화, 직장 내 분위기 등 고려해야 할 건 정말 많은데 물어볼 곳이 없다. 일단 경험자가 흔치 않은데다가 써본 이들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말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이러다보니 정말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을 쓰는 이들은 찾기 어려운 기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 책은 육아휴직을 고민 중인 남성들에게도 추천해 줄 만한 책이다. 작가는 과거 오롯이 '육아'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였고, 책에는 그것에 대한 고민과 이후의 삶 등 휴직을 고민 중인 이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물론 해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작가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자체가 고민하는 이에게 주는 울림이 있다고 느껴졌다. 특히 아주 '약간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저의 주관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