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소설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으아 무서운 책을 읽었습니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고

왕따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나의 자식들이 과연 왕따 시킨 일에 어느정도 관련되어 있다면?

그런 왕따(집단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찬 소설.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 입니다.

여기서 십자가란 상처의 종류를 뜻합니다.

나이프의 상처와 십자가의 상처가 있는데

나이프의 상처는 당하는 순간 엄청 고통스럽고 아프지만 점점 여물어 가고 잊혀집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상처는 자신이 어느 순간, 심지어 죽을 때까지 등에 지고 갈지도 모르는

그런 상처의 종류를 말하죠.

시게마츠 기요시라는 작가는

왕따를 당한 학생의 부모, 왕따를 시킨 가해자, 왕따를 모른척한 방관자들이

어떻게 왕따였던 한 학생이 죽고 난뒤 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십자가>의 주인공은 왕따를 당한 피해자 학생이 아닙니다.

왕따 당한 후 자살한 학생의 주변인물, 그리고 그 중

왕따 학생이 가장 친한 친구라고 유서에 썼던 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왕따 학생이 자살하고 그의 유서가 왕따 학생 부모님에 의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왕따 시킨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님, 유서에 적힌 좋아하는 학생과 친하다고 적힌 학생이

몇십년에 걸쳐 자살한 학생을 생각하면서

십자가를 진것처럼 살아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왕따를 당한 학생이 왜 자신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적었는지,

왜 가해자들을 전부 적지 않았는지,

자살한 학생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학교와 언론의 대응은 어떠한지,

같은 반으로 방관하고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주변 학부모님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등

개인주의와 지독한 이기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적용되는 왕따문제를

소설로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십자가>를 읽으며 제 과거 중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돌이켜보기도 하였죠.

나는 방관자 였는지, 피해자 였는지, 가해자 였는지...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다행이 왕따는 없었고 큰 사고도 없이 지냈지만

과연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여러각도에서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습니다.

과연 내가

학교의 나쁜 학생들에게 잘못걸려 왕따 당하며 고통당하면 어떻게 할까?

내 친구가 왕따 당하고 있는데 내가 힘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친 장난들에 고통스러워하던 친구들이 있었으면 어떻게 할까?

왕따를, 폭력을 방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많은 고민들이 현실적으로 몰려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거기다 만약 내 아이가 이런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라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인상을 쓰고 있더군요...

시게마츠 기요시의 <십자가>는 그런 사회문제, 청소년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는 도서 입니다.

그리고 왕따로 자살한 학생 주변 사람들의 성장 소설이기도 합니다.

자살한 학생의 베스트 프렌드로 소개된 주인공 학생은

몇십년에 걸쳐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고서야

그때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그 학생이 왕따로 고통 받는 순간에도 방관자로 있었던 자신이지만

그 학생에게는 마지막 순간에 기억나는 최고의 친구였고

왕따되기 이전 최고의 순간을 함께 했던 가장 멋진 친구였다는 것이죠.

유서에 왜 자신의 이름이 친구로 적혀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아버지가 되어 아들이 그런 멋진 친구를 가지고 나서야

아들의 말을 듣고 겨우 이해하게 되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합니다.

자살한 학생의 부모님은 어떨까요?

밝고 명랑한 아들이 갑자기 왕따의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하다니?

왕따를 시킨 가해자도 그렇고 같은 반의 방관자들도 그렇고 절대로 용서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죽은 아들이 잊혀지지 않게

과거의 추억으로 살아가고

학교와 언론을 통해 아들을 잊지 못하도록 노력하며

아들이 그런 고통을 받는 동안 자신들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죄책감에

몇십년을 고통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 부모의 마음...

아들의 방관자 친구를 절대로 용서 못하지만

몇십년이 지나도록 기억해주는 아들의 친구를 고맙게도 여기고

진심어린 충고와 대화,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정이 들기도 합니다.

몇십년이 지나도록 왕따 당한 학생의 주변인들은

그에 대한 충격을 잊지 못하고

마치 십자가를 짊어진 것처럼 살아갑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대학교에 가서도

연애를 하면서도 그 십자가는 쉽게 벗어지지 않죠.

그런 그들의 조용한 고통이, 아픔이, 슬픔이

소설 한권에 그대로 담겨져 있는 책이었습니다.

결국 몇십년이 지나서야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노인이 되고

누군가는 아버지가 되어서야

자살한 학생의 소중한 친구라는 십자가,

자살한 학생이 좋아했던 여성이라는 십자가,

자살한 학생의 고통을 몰랐던 가족이라는 십자가는

풀리게 됩니다. 확실하게 풀렸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자살하고 그 주변에 십자가를 진 것처럼 고통받고

슬픔과 분노,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게마츠 기요시 작가의 소설 <십자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