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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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남편이 아픈 아내를 간병하는 모습을 떨어져 사는 딸인 내 시점에서 관찰한 내용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거워 시리즈화되었고 그 이후 감독·촬영·내레이션을 맡아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을 영화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떠오른 제목이 이 말이었다. 엄마의 성품과 치매라는 병을 모두 나타내고 있어 이보다 적합한 제목은 없었다.

들어가며

가끔 아내랑 식탁에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주제가 있다. 건강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 나이가 그렇고, 고향에 살아계신 부모님이 그렇고, 우리가 낳고 자라고 있는 애들이 그렇다. 제일 중요한 문제다. 얘기하다 보면 지금 건강하기 때문에 감사하자는 결론이다.^^

그런데 건강의 대상이 아내와 나에게 돌아오면 솔직히 걱정되고 두렵다. 얼굴에 티가 나는지 모르지만 특히"아내가 내가 치매걸리면 당신은 어떻게 할꺼야?"라고 물을때면 기분이 그렇다.

혼자 남게 될 내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쓸쓸해지고 서글퍼진다. 그래서 "왜 그런걸 쓸데없이 물어봐"고 말하거나 " 당연히 편안히 관리해주는 요양병원으로 보내야지"라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것 같다.

치매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까 전 국민이 병의 심각성이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라든지 초기에 치매증상을 아는 방법은 많이 홍보가 된 듯 하다.

밤에 아버지에게 "엄마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물으니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자신을 바보 취급한다면서 갑자기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굴어. 아무도 바보 취급 안 한다고 해도 듣지를 않는다

치매 엄마를 노령의 아빠는 잘 보살필 수 있을까? 아빠나이가 얼마면 괜찮다고 생각될까? 건강하고 젊다고 말하는 사회의 나이는 몇 살 정도일까? 나중에 내가 늙어서 아내가 치매에 걸린다면 아내를 잘 돌볼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일 때문에 곧 도쿄로 돌아가야 했다.

이 때 엄마가 85세, 아버지는 이미 93세였다 .건강하다고는 해도 93세의 아버지가 치매 확정인 엄마를 돌볼 수 있을까. 내가 구레로 돌아와 엄마를 돌봐야 하지 않을까

치매진단을 받은 엄마를 93세의 아버지에게 떠맡기고 이렇게 떠나는 게 정말로 잘하는 일일까. 역시 나는 구제 불능의 불효자다. 버스 안에서도 도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부끄러울 만큼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51. 내가 돌아가는 게 좋을까

고향집을 떠나 산 지가 26년째다. 고등학교 자취생활까지 하면 29년, 거의 30년이다. 아내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룬지도16년. 어머니를 보기 위해 고향집으로 간 게 1년에 1번~2번이다. 기껏해봐야

어머니는 자주 못 보는 아들이 내려오는 날. 며느리가 내려오는 날. 손자들이 내려오는 날들이 중요하고 특별한 날이었다.

나는 그만 오열하고 말았다. 내가 집에 오는 것을 엄마는 '모처럼 내려온 중요한 날'로 여기고 있었구나. 요즘이야 걱정 때문에 자주 내려오지만 엄마가 건강하던 때에는 1년에 한번, 설날에만 내려왔다. 그게 엄마의 인생에 있어서는 '중요한 날'이었구나. 분명 그날을 위해 무엇을 해 먹일지 이것저것 생각하며 기운 넘치게 준비해놓고 만전의 태세로 마중을 나와주었다.

엄마가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 줄 알앗다면 진즉에 더 자주 내려올 걸 그랬다.

111. '대체 왜, 이렇게 중요한 날에. 모처럼 네가 왔는데'

저자는 치매를 겪고 있는 엄마의 딸이자, 프리랜서 영상감독이다. 그녀가 40대에 유방암에 걸려서 극복해낸 이야기를 다큐멘타리<가슴과 도쿄타워: 나의 유방암일기>로 제작해서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래서 평상시에 부모님과 만나 생활하는 일상을 20여년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닥 특별한 이유는 아닐수 있지만, 부모님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지 않을까? 그러던 중에 엄마가 치매에 걸리게 되었고, 우연찮게 영상을 보게 된 방송국 담당자의 제안으로 방송으로 내보낼 생각을 하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자세를 취하면 자연스레 '객관적'인 시점을 취하게 된다. 그러면 딸의 시선으로 볼 때는 '비참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았던 일이 의외로 다르게 다가왔다. '치매할머니와 귀먹은 할아버지의 맞물리지 않는 어긋난 대화'에는 적당히 우스꽝스러운 맛도 있다. 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점차 '왠지 모르게 이 두사람 훈훈하다. 좋은 캐릭터구나. 사랑스럽다'고 느끼게 되었다.

치매를 겪고 있는 당사자인 엄마가 가장 힘들것이 틀림없다고, 그리고 옆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아빠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부모님들에게 한 없이 미안함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자는 치매노인에 대한 상담을 받기 위해 데이케어센터를 방문하고 센터장인 다카하시의 말을 듣고 그만 울고 말았다.

"'내가 뭔가 해야만 한다'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지금도 따님은 충분히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요. 우리를 부모님과 만나게만 해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말로요? 제가 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요?"

무심결에 울먹거리고 만 나. 실은 그때까지 줄곧 이웃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지, '이 집 딸은 저렇게 아픈 부모를 내버려둔 채 도쿄에 나가 있다니 대체 생각이 있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따듯한 말을 듣고 그만...

175. 저희에게 연결만 해주시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서든 들어갈께요

나이가 들면서 배우는 깨달음중의 깨달음은 <남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 좋은 것만 볼수도 없고 나한테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것도, 나쁜 일은 다 피해가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어쩌면 인생의 쓰지만 진정한 행복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피한다고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다 감당해서도 안 된다.

나는 지금 진정으로 엄마를 사랑하고 있나?

그렇다, 나 자신이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상황은 바꿀 수 없다. 엄마가 치매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 쾌활하고 농담 잘하던, 내가 좋아했던 엄마는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 생각을 바구는 수밖에 없다. 치매를 인정한 다음 즐거움을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의 머리글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이 소중한 사람의 치매를 받아들이기 위한 제일의 비결이라 생각한다

228.엄마의 치매는 신이 베푼 친절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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