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때 아버지와 나는-그의 인생 마지막의 아주 짧은 기간이었지만-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화해 비슷한 것을 했다. 사고방식과 세계를 보는 시각은 달라도, 우리 사이에 잇는 연같은 것이 내 안에서 하나의 힘으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하다. 아버지의 깡마른 모습을 보면서, 그 작용을 여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87쪽

오랜만에 비가 내립니다.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은 최근 들어서 밖에 많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걸었습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근육을 놓치지 말라는 충고를 받기도 해서죠.

그래도 여전히 저는 튼튼합니다^^

가끔 센티하고 싶어질 때, 음악을 듣습니다.

데스크탑에서 유투브를 클릭하고 이루마를 검색하죠.

그냥 내내 듣습니다. 이 노래가 저 노래같고, 저게 이게 같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냥 무난히 좋은 것들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서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마음속에는 불안이 있지만, 누구에게 얘기할 것도 얘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천천히 걸어서 생각한 방향으로 간다면, 혹시라도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거나 아니면 결과가 기대한만큼 나오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제 마음이 넓어서도 강해서도 아닙니다.

음... 상처들 때문이죠

상처가 있었는지, 얼마나 아픈지 모르고 살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혼자 많이 어루고 달래고 보살폈습니다. 가끔 울기도 하면서도 말이죠^^.

뭔가 깨달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죠.

시간이 몇 년 지나서 뒤돌아봅니다.

그 때 나의 슬픔을 받아준 가족과,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혼자서 다 감당하고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왔다고 착각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것은 두렵지 않습니다. 주변의 걱정들이 걱정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의 못나고 상처난 것들을 이제는 받아들일 줄 알기 때문이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책입니다. 왜 이 책을 썼을까요?

오래전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언젠가는 문장으로 정리해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다. 가족에 대해 쓴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고,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 그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해변에 갔던 기억이 떠올라, 그 이야기부터 쓰기 시작했더니 의외로 문장이 술술 자연스럽게 나왔다.

작가 후기. '역사의 작은 한 조각'

저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지만 보고 싶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많습니다.

저자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들 속에 있었던 생각과 감정들을 쫓아갑니다.

나를 보기 위해서도 남을 보기 위해서도 거리를 둬야 합니다. 가까이서는 잘 보지 못하는 게 사람들의 속입니다. 물론 안다고 생각한 것도 틀릴 때가 많죠^^

그렇게 찾아간 아버지에게는 전쟁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 모두는 뭔가의 전달자들입니다.

남들로부터 무언가를 받고 나는 다시 또 다른 남들에게 나의 것들을 전달하는 것이죠. 온전한 나라는 건 애시당초 없었던 건 아닐까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만의 것들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말이죠.

아주 작은 책입니다. 그림은 타이완 출신의 젊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인 가오옌 씨의 화풍에 매료되어 맡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아주 정겹고 이쁩니다.

아버지를 생각해보고 싶다면, 아버지가 보고싶다면 다가오는 겨울에 꼭 읽어보길 바랍니다^^.

아버지의 운명이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경로를 밟았다면, 나라는 인간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라는 건 그런 것이다-무수한 가설 중에서 생겨난 단 하나의 냉엄한 현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