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 업신여김, 적막감, 수치감 등을 딛고
허문회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의 심리문제는 동·서양의 문화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동양에서 심리문제는 주역이란 고유한 상담방법을 통하여 해결하였다. 주역에 뿌리를 둔 원형이론, 동시성 이론 등을 개발한 분석심리학파의 융은 주역에 대하여 '사려깊고 반성하는 사람들만이 보아야 하는' 동양의 상담심리학으로 이해하고 있다.

해석자의 변

주역을 읽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동양의 심리세계와 상담방법>을 주역을 기준으로 했다고 했을 때 궁금했다. 왜냐하면 동양의 또는 동양인의 심리를 주역이라는 중국고서에 한정짓기는 많은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저자가 제목은 그렇게 지었다고 하지만, 책의 도입에서부터 동야의 심리세계를 주역으로 기준으로 한정했다고 했으니, 주역이 말하는 동양의 심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역은 오경 중의 하나로, 오경은 시경, 서경, 주역,예기, 춘추이다. 오경은 모두 공자와 관련되어 있다.

주역은 원래 점을 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나 64괘 384효로 구성된 전체의 틀이 우주와 인사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간주되면서 유가 경전의 하나가 되었으며, 현대에는 중국 고대철학의 중요 자료로 취급되고 있다. 특히 본문인 괘사와 효사의 부록쯤 되는 『십익』에 이론적인 자료가 많다.

대학중용, 이세동<을유문화사>

그러면 서양의 심리세계는 어떻게 정의했을까? 저자는 20년간 공통요인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관련 학자들이 주장한 내용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국내에서는 별로 언급이 없어서 해외논문을 참조하였다고 한다.

책은 64개의 상황에 대해서 주역과 서양의 공통용인으로 상담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아주 아주 흥미로운 구성이다.

그럼 첫번째 상황을 보고 이 책의 주는 느낌이 어떤지 보자^^. 【안심시켜주기는 어떤 때 필요할까?】

동양의 경우 상담할 때 안심시켜주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주역 1괘3효에" 구삼씨, 군자가 종일 대충댕충 일하면, 저녁에 속을 태우고 우울하네요. 괴롭고 사납고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군요.(군자종일건건 석척약 려 무구)"

- 청년은 책임자에서 밀려나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청년은 주류를 이룬 거친 남성들로부터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멸시를 당한다

저자가 서양 상담심리의 공통요인으로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주선생은 청년에게 상담 서두에서 대뜸 군자라고 불러준다. 군자처럼 현명하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신뢰한다는 뜻이다. 용기를 세워준다.

2.주선생은 청년에게 "종일토록 대충대충 일했다"라고 재진술을 한다. 재진술은 내담자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으로서 상담자가 자신에게 주의깊게 듣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3.주선생은 이어서 "저녁이 되면 속을 태우고 우울해하네요"라고 말한다.

내담자인 청년의 서글픈 감정을 건드리자 청년은 울음, 한탄, 침묵 등으로 맺혀 있던 감정을 쏟아낸다.

4.주선생은 "괴롭고 사납고 위태롭지만 허물은 없군요". 청년이 새롭게 출발하는데 용기를 심어주는 격려가 필요함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멸시의 두려움을 용기를 가지고 뚫고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공동체에서도 호응하며 자신감이 들게 고립감을 해소해주고 있다.

주역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앞서 주역에 대해 설명한 것처럼 우주와 인사의 원리를 쓴 책이라고 하니 그 내용들이 사람이 살아가는 지혜를 써 놓은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주역이 말하는 상황에서 서양상담심리의 주요이론들에서 말하는 상담기법을 적용해서 해석해냈다. 참 해석을 잘했다^^.

저자는 해석을 하면서 독자들에게 【생각거리】도 남겨주고 있다.

누구라도 상담자에 버금가는 역할을 할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때에는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 들어줄 때 꽉 조여 피가 통하지 않는 것과 같은 감정의 막힘을 말이나 울음, 침묵을 통해서 풀어내게 된다. 풀어낼 때도 역시 '잘'들어주기만 한다. '잘'은 예컨대 '그렇군요','어쩜 그럴수가?" '힘들었겠어요' 등 상대방의 상황에 장단을 맞추듯 그렇게만 하면 된다.

이것이 쉬운 일인가? 쉽지 않다.

59. 들어주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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