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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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난과 폭력은 서로 맞닿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회는 가난의 문제에는 눈을 감으면서 폭력의 처벌에는 열을 올린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안겼고 그 대가로 이제 스스로가 고통 속에 사는 이들.

쿠시너는 그 '죄지은 자'들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스탠빌 여자 교도소라는 가상의 공간에 갇힌 기구한 운명들의 이야기 『마스 룸』이다.

옮긴이의 말

책의 1/3까지 읽어가는데도 도저히 흐름이 잡히지 않았다.

요즘 잘 나간다는 책들의 공통점은 아니겠지만, 인물, 장소, 상황에 대한 묘사나 설명에 대해 너무 디테일하다. 가끔 흐름을 놓치고 지루하다. 더욱이 외국소설의 한계가 분명히 있는지라 단 한번도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들의 것이라면 어떨까?

때문에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한들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다.

아마도 우리소설도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사고의 흐름을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런 것보다 장소의 풍경이나 공간에 대한 너무 세부적인 설명이 많다. 그리고는 단락의 거의 끝부분에야 원하는 인물의 그것들이 짧게 설명되곤 한다.

뭐 내 느낌만일 수 있는데, 최근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다.

옮긴이의 말처럼 범죄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 범죄를 싫어하고 멀리하고 예방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을 미워해서는 절대로 바램대로 될 수가 없다. 그들은 태어나면서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의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했다.

최근의 언론을 통해 발생하는 잔인한 범죄들의 마치 악의 끝단에 있는 범죄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대로 우리는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 로미홀은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다. 어린 나이에 마약과 성매매, 절도 등에 빠져서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잭슨이라는 아들을 낳는다. 유일한 희망이다.

내 나이 스물아홉. 나는 두 번의 종신형에 추가로 육년을 선고받았다.

오래 살 계획은 없다. 그렇다고 짧게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그런 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다. 문제는 계획이 있든 없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거이고, 그렇다면 계획 따윈 무의미하다.

그러나 계획이 없다고 후회도 없는 건 아니다. 내가 마스룸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소름끼치는 커트 케네디를 만나지 않았다면. 소름 끼치는 커트 케네디가 나를 스토킹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주인공 로미홀이 태어나서 유년기의 추억 전부를 갖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곳곳들. 그리고 이제 어쩔 수없이 평생 수감되어 살아야 하는 스탠빌교도소에서의 동료들. 로미홀은 그렇게 자신을 쫓아가며,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신의 혈육인 아들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유일하게 스탠빌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로미홀 뿐만이 아니다. 수감된 여성들은 범죄를 저질러서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들어와있지만, 분명히 그들을 범죄를 저지르게 한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범죄자에게는 세상의 아량이라는 것은 사치이며, 구걸해도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죽을때까지 교도소에서 교화되어 생을 마감해야 한다.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그들에게 현실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 제로니머, 산체스, 그리고 캔디, 그들 모두는 고통속에 살아온 사람들이고 그 고통의 와중에 타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을 일생동안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누적된들 정의올 이어지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옛 해악에 새로운 해악을 더하는 일이며,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마스 룸』 속 인물들은 모두가 나름의 죄를 지은 자들이다. 과거와 운명과 체제라는 쇠사슬에 매여 철창 안에서도 밖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고약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인물들은 그러난 동정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의 범죄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이 서평은 도서출판 문학동네에서 제공한 <마스 룸>을 읽고 쓴 내용이며,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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