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멸종하는 그들에게 눈을 맞추다

휴머니멀 -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산다는 것
김현기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휴머니멀'은 이런 왜곡된 현장 말고, 생존을 위한 냉엄한 투쟁을 포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인간의 손에 죽어나가고, 포획되고, 길들여지고....그렇게 궁지에 몰려 최후의 반격에 나서는 진짜 야생동물. 촬영도 어려울뿐더러, 촬영허가를 받기조차 쉽지 않은 이 생명체들의 공포와 적개심, 그걸 담아내고 싶었다.

이 모습이야말로 이들과 지구를 공유한 우리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자, 본 다큐멘터리의 가치를 차별화하는 가늠자가 될 터였다.

프롤로그. 날것의 현실을 마주하려는 각오.

TV프로를 통해서 본 적이 있었다.

유해진, 박신혜, 류승용 배우들이 나와서 아프리카 초원과 밀림에서 동물들과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끔찍한 동물들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일본의 한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돌고래사냥은 딱 맞는 표현이 따로 있었다.

눈뜨고 보기에도 끔찍했다. 덴마크령 페로제도에서 행해지는 들쇠고래잡이도 마찬가지였다. 금새 바다가 붉은 핏빛으로 물들면서 퍼져나가는 게 섬짓하기만했다. 저렇게 죽어야하나? 꼭 저런 방법밖에 없을까?하고 말이죠.

사실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의 사자사냥, 코끼리사냥, 하마사냥 등등. 돈 있는 자들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야생의 동물들을 사냥하는 모습들을 보며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고 질문했을 때, 쉽게 그들을 평가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경제의 논리이며, 재산을 보호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사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짐바브웨인은 경제적 여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 가장 가난한 사람과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곳 사람들은 전기도, 물도, 어떠한 보호 장치도 없이 저 맹수와 한 공간에 들어가 살다보니 그 피해가 정말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울먹이는 음팔라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며 유승룡의 웃음기도 사라졌다.

다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인간과 동물과의 생존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조금 다르지만 육식의 문제도 그렇다.

어쩌면 돌고래를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을 보며 우리는 끔찍하다고 하지만,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트로피헌터를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공감되기 어려웠다.

올리비아는 스스로를 '야생환경보호 활동가'라고 소개하면서 트로피 헌팅에 대해 얘기했다.

트로피 헌팅은 단순한 쾌락을 위한 게 아나 야생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낸 돈이 정부와 지역사회로 흘러들어가 이 나라의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헌팅을 위해 필요한 가이드와 운전기사 등을 고용하여 각종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므로, 이들이 생계를 위해 밀렵꾼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도 말했다.

참 그럴듯한 설명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멸종위기에 있는 늙은 수컷 동물들을 사냥하는 것에 대해서 누가 동의해 줄 수 있을까?

인간과 동물과의 공존은 불가능할까?

마지막에 배우 유해진이 찾아간 킬햄베어센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킬힘베어센터로 인도되는 새끼곰은 모두 야생에서 어미를 잃은 고아들이다. 센터에서 최소한의 치료와 성장을 위해서만 관리하다가 야생으로 보낸다. 그렇게 야생으로 보낸 곰들이 270여마리가 된다고 한다.

배우 유해진은 곰센터의 설립자인 킬햄박사에게 묻는다.

"곰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때 아쉽거나 마음이 아프지는 않으세요?"

"제 감정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아무리 잘해준다 해도, 곰들을 보호 시설에 억류하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몹쓸 행동인 겁니다. 모든 곰은 야생에서 곰으로 살고 싶어 하니까요. 다른 곰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저는 곰이 행복하길 바라고, 곰은 방사해야 행복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