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이달의 장르
가랑비메이커 외 20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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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버지를 고백하기 위해 스물 한명의 자녀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오래된 상처와 미완의 감정을 꺼내는 일에는 분명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 편의 이야기를 맺을 수 있었다.

조그만 책속에 담은 이야기가 궁금하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찍을 책표지

누구의 아버지일까? 어디로 가는 것일까? 중절모를 쓴 남자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저자는 가랑비메이커라며, 고준영아빠의 딸 고애라라고 말한다. 저 사진속의 남자는 고애라의 아빠 고준영일 것 같다^^

한 얘기지만 또한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없지 않다. 미움도 없다. 단 한번도.

그냥 아버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얘기를 해 줄수 없었다.

그런 내가, 아들인 내가 아빠에 대해서 얘기를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어렸을 적부터 느꼈다.

아버지? 어떻게 얘기해야지?

스물 한명의 아들과 딸들이 아버지에 대해서, 아빠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리운 얘기들이고, 감정이 스며둔 얘기들이며, 함께 살아갈 얘기들이다.

가끔 그리움이 사무칠 때가 있다. 이렇게 남의 아빠, 아버지 얘기를 들을때면 코끝이 찡하게 저리면서, 나도 모르게 눈부터 반응을 해온다. 정확히는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리움이라고 해두자.

그래도 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것. 그것이라도 남겨두면 언젠가 당신을 만날때가 되면 미워하는 마음보다 연습했던 그리움이 먼저 반응하지 않을까?

가족은 서로의 그늘진 곳을 비춰주는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당신의 그늘을 한 번쯤 내가 이 미천한 문장으로 비출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당신이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이 안에서 우리를 비추길 바란다.

건강한 삶. 기세복의 아들, 기영석

이쁜 딸아이 둘이나 있어서 항상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잘 생긴 아들아이 둘이나 있어서 당신은 행복한 엄마라고 말한다. 자식이 있어서 행복하다.

부모가 있어서 더 행복한가라는 질문은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냥 항상 내 옆에 영원히 함께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작디작은 샤워실에서 100명이나 되는 아빠들 사이에서 샤워할 차례를 기다리다가 밖을 나섰던 아빠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싶다고 했다.

아빠가 벗어놓은 추위를 머금은 옷들을 세타기에 밀어 넣으며

울고 싶은 마음도 함께 세탁기에 욱여넣었다.

아빠에겐 너무도 낯선 서울. 정인길의 딸, 정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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