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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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뭉클 저려옵니다.

저자가 말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오로지 다 느껴집니다.

왜 저자는 마이클이라는 영국청년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는지를 궁금하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찾아 갔으며 , 책으로까지 펴냈을까요?

궁금합니다^^.

저자는 북에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아버지가 있는 딸입니다. 그리고 북한교육학을 전공하고 연구하고 있으면서 지금은 영국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날 한국가수 혁오의 영국공연을 보러 기차를 탔는데, 평소 다녔지만 인사를 건네지 못했던 성당 신부님을 만나게 되고,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남북한이 통일이 되었으면 바랍니까?

북한,분단,통일 이런 이야기는 안 꺼내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은 지가 30년은 되었으니까요. 행여 말이 빌미가 되어 아버지 심기는 불편해지고 제 마음은 답답해질까봐 지레 마음의 장벽을 쳐버렸거든요.

정치가 뭐라고, 그게 많은 말을 침묵속에 가둬버렸습니다.

13쪽, 프롤로그 아버지께


이 여행의 시작은 판문점에서 남북한 정상의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저자는 이런 역시적인 순간에 가슴 벅찬 일을 하고 싶어서 잔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ㅎ.

생각과 표현이 옛스럽고 정겹습니다. 영국에서 잔치를 한다?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그러다가 현실을 깨닫고 작은 실천으로 바뀌는데요,영국군 참전군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한 행동이 런던 한국참전기념비를 찾아갑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참전인원이 많은데도 한국전기념비가 없었답니다.2014년이 되서야 한국정부에 의해 세워졌다네요.

그녀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그 먼곳에서

일어난 남의 전쟁에 왜 갔을까?

36쪽

그러다가 처음으로 '짐 그룬디'라는 참전용사를 알게 되고, 영국에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 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 망각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전쟁이라는 뜻이었다.

저자는 딸이 다니는 대학교에도 한국전 참전용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학교 아키비스트(기록담당관)에 문의하고, '데이비드 마이클 호크리지'라는 이름의 참전용사가 소위로 참전해서 전사했다는 기록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영국청년 마이클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70쪽, 마이클의 대학럭비팀 사진

그리고 돌고돌아 부산UN묘지에 잠들어 있는 마이클의 묘지를 찾아가 양귀비 꽃다발을 헌화합니다.

그녀는 한국전에서 전장에서 죽은 동료들의 시신수습 임무를 했던 참전용사인 그룬디씨에게 묻습니다.

이건 잔인하고 무례한 질문인데요, 어차피 죽은 사람인데 시신을 수습하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전장에 나간 병사들이 전투에서 승리하면 기쁜 것처럼, 우리에겐 시신을 수습하는게 빅토리였습니다. 그건 전쟁터에 시신을 버려둔 북한군에 대한 우리의 빅토리였고, 아들을 전쟁터에서 잃은 어머니를 위한 빅토리였고,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완수한 것에 대한 빅토리였습니다.'

98쪽.

저자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 영국군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분단의 현실과 이념대결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 대한 고민과 고마움을 동시에 말합니다

생각과 감정들은 너무 솔직히다. 자신의 창피한 실수와 편견과 찌질함까지 민낯으로 드러낸다.

그런 문장을 읽을때면 나 자신어게 거울을 비추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솔직하게 마주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국민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갈등의 해결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나로부터 시작해보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메티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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