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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괜찮은가?'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많지는 않다.
그런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르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니 뭐 내가 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그런 걸 고민할 순간이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족에 대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끊임없는 생각을 해왔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누나들은
동생은
.......
창피한 얘기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괜찮지 않은 적이 많다.^^
누구에게? 글쎄
비밀까지는 아니지만 뒤돌아보면 남들 다하는 사춘기가 없었다.
감정이 변화라든지, 그래서 부모와 다투고 그러는 것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아직도 사춘기인 아들을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사춘기 없었다.
대신 나이 서른이 되어서 엄청난 사춘기를 겪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뒤돌아보니 그렇다. 확실히 10대에 겪지 못했던 사춘기였던 것 같다.
그냥 혼자 심각하고, 인생 얘기하고, 혼자 다 아는 척하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신경질적이고, 잘 삐지고, 그리고 막 나갔다.
울기도 많이 울고
삶이 뭔지 궁금해서 중학교 선생님도 찾아가고.....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 주변에 있던 모든 분들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저자 선생님들의 생각을 들을때면 가슴이 따뜻해졌다.
글쎄, 그것을 다른 독자들도 느낄 수 있느냐? 못 느낄 수도 있다.
삶을 살면서 고민을 해보지 않거나,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 말이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답도 없는 마음의 이야기이지만
좋았다.
책은 정신과 전문의인 김혜남, 박종석 선생님이 썼고, 서로 나눠서 썼다.
김혜남의 글은 오렌지, 박종석의 글은 블루
순서는
프롤로그(김혜남)
우울증, 조울증, 성실과 애도
공황장애, 우울성 인격, 번아웃증후군, 만성피로 증후군, 허언증
현실부정, 강박증, 감정 다스리기
불안장애, 무기력감, 자해, 워킹맘의 고충, 부모의 욕심
화병, 섭식장애, 성공 후 우울증, 외로움
에필로그(박종석)
그리고 각 증상별로 실제 상담사례를 소개해주었고, 중간에 두 교수님들이 질문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말하는 코너<일요일 오후 1시>도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크게 깨달았던 것은
나의 어린시절 마음이 지금 어른이 된 나의 마음의 뿌리라는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니까 어릴 때의 나와는 다르지라고 생각하는데
생각은 그럴 수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어릴때 마음같은 걸 챙기면서 살았나? 그리고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살면서 가까운 분들이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많이 봤다.
직업때문에 본의 아니게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분들도 많이 봤다.
그들 옆에서 떠나 보내는 유가족들은 너무나 힘들어 했다.
온전히 보내줄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떠난 이들이 갑자기 그렇게 떠날 줄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애도기간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애도과정은 통상 6개월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만일 이 기간동안 충분히 슬퍼하지 못 하고 슬픔을 억누른다면
그 슬픔은 가슴속에서 곪게 되고,
나중에 병적인 애도반응이 나타날 위험성이 생기게 된다.
.......
너무나 슬프고 너무나 아프지만, 이것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당연한 과정이다.
그러니 거부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해야 한다.
자해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봐왔다.
그런데 아직도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자해하는 이들을 보고
'설마 죽겠어, 그렇게 해서 안 죽을 것 알면서, 그런 애들은 절대 죽지 않아'라며 비웃기도 한다.
책에서 저자인 박종석 쌤이 환자를 치료하는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의 손목에 매번 새롭게 늘어나는 상처들을 보면,
지금껏 내 머릿속에 있던 수많은 전공서적과 심리학, 정신분석학 책들을 덮었다.
그리고 뻔한 위로의 말드로 하지 않았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활짝 열고 가슴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리고 사과를 했다.
너에게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돼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고 너무 부끄럽다고
"내가 대체 어떻게 하면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니?"
이 책은 처음에 설명한 것처럼 2며의 저자가 쓴 책이다.
그중에 한 분인 박종석쌤이 에필로그를 쓴 걸 보고
선생님도 어른이 되어서 심한 방황을 하고 실패를 하고 우울증을 겪어구나!
그리고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지지와 격려와 위로를 받고
일어설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 인생도 평탄하지 않다.
아직도 가끔 어른 사춘기의 잔상들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스물스물 우울들이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같이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런 기분이 들때마다 밖으로 떠난다.
저자의 말처럼 살아있다는 것으로 우울과 함께 가야지^^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