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개비름 잎, 그루터기 고춧대와 밭둑 수숫대, 지리산 자락 어느 산골로 고등어 한 손이 산으로 간다. 가는 동안에도 백석포구, 산, 바람은 경험한 적 없는 산골 어딘가를 색과 향으로 이끌며 미세한 감각을 깨우며 안내하는데, 어디선가 푸른 바다와 짭조름한 향이 나는 것 만 같다.
「산으로 간 고등어」라는 제목에서 바다에서 자라야 할 고등어가 산으로 가다니... 왜지? 라는 궁금증과 함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한 고등어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동시에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속한 사람이고, 왜 새로운 길을 찾는가?”라는 존재와 자유의 문제를 은근하게 담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매력적이다.
책에는 크게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삼대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자유에 대한 뜻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 세대 초향이 주둔하는 공간은 청송과 경성이다. 초향을 한 구절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85p) 이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마솥 뚜껑에 넉넉히 두른 기름위에서 지글거리며 자신을 던진 고등어구이가 떠오른다. ‘부인은 신고하고 남편은 가여운 마음으로 수습하니’에서 나도 모르게 ‘헉’하고 숨이 막혔는데, 그 비통한 일을 두고도 초향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그 자체이다. 부모의 원수이나 미워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범인은 행하기 힘든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초향의 그 큰 사랑이 송이와 유화에게 유산되었음은 한 편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2 세대 송이의 여정은 경성, 상하이, 그리고 미국으로 그릴 수 있다. 송이 부분에서는 리턴 스트로크, 포핸드 스트로크, 백핸드 등 정구용어가 나오는데, 단어에 그치지 않고 튀어 오르는 흙 위로 독자로 하여금 응원하도록 한다는 점이 신선하다. 정구는 생동감 뿐 만아니라 송이의 시작과 맺음을 뒷말 없이 정리하는데 민영이 송이의 손에서 잠시라도 사는 것 그것이었다. 초향이 고등어 구이였다면, 송이는 고등어 회 사바(さば)이다. 작가가 송이파트에서 하고싶었던 이야기가 사바(さば)인지 사바(娑婆: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인지는 잘 모르겠다.
3 세대 유화와는 상하이_충칭_부산을 거닐 수 있다. 유화의 부분을 ‘산다는 이유를…나처럼…만져보고 싶었다니!’ (266p)로, 신념은 코오카이와 나사소오 닷타(더는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로 나타내고 싶다. 송이의 이야기에서 초향의 마무리를, 유화의 이야기에서 송이의 마지막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시작과 마무리를 단단히 하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왜 사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삶에 있어 수차례 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구하고자 한다. 「산으로 간 고등어」의 초향, 송이, 유화의 삶에 대한 태도와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상실감을 느낄 때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에 얼마나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그녀들의 삶을 보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인간의 삶을 조용하지만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 사람, 어쩌면 작가의 눈으로 보는 나아가야 할 세상에 대하여 좀 더 넓게 보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아래,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와 신념을 잃지 않은 세 여인의 삶은, 시대의 비극에서도 상대를 사랑하고, 살아내고, 기억하려한 고운 마음들의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들의 삶에서 책임은 존재의 이유와 함께 어디에 머무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사랑하느냐에 더 가깝다.
사랑의 인연,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꽃말과 약재로도 사용하는 금은화로도 불리는 인동초, 세 여인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인동초적인 삶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왜 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