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분야는 기존 전문가 층이 얇으며, 확립된 분야라 해도 이름난 연구자들은 검토할또는 꼼꼼히 검토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러면 전문가들은 ‘연구 분과study section‘ 라는 집단을 형성한다. 미국 생의학 연구는 베데스다의 허름한 호텔에서 검토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동료 검토자들은연구 제안서에 1.0(완벽함)부터 5.0 (지원불가)까지 평점을 매긴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1.5점 이상은 연구비를 받기 힘들다. 연구 제안서가 탈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검토자 여남은 명 가운데 한사람 이상이 해당 분야나 연구자나 기관이나 연구 방법을 싫어하면 된다.
검토자가 신청서를 쓴 연구자를 존경하거나 해당 분야를 높이 평가하는경우라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상대방의 신청서를 떨어뜨리면 검토자 자신의 연구실이 연구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검토자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퇴짜를 맞은 새 연구 방법이 다른곳에서 쓰이는 일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비난을 퍼붓지 않고서도 경쟁자의 연구비 신청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마지못해 칭찬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
동료 평가에는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다. 검토자들이 원하는 건 새로우면서 동시에 훌륭한 학문이다(‘훌륭한’ 학문은 현실성이 있는 학문을 뜻한다). 하지만 새 아이디어는 실험을 해보기 전까지는 ‘훌륭한‘ 학문인지 아닌지를 할 도리가 없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 참신한 아이디어. 독특한 통찰력을 지닌 이들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해 야 한다. 나는 인간 게놈의 규모에 적용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새로운 방 법을 내세우고 있었다. 적용되더라도 염기서열에 작은 빈틈을 많이 남길 수도 있었다. 둘 다 내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다. - P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