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성주의 책을 포함해서 모든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다. 여기서 비판적이라 함은, 한계가 있다고 전제하고 읽는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읽는다고 해서 감동이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믿음이 아니라 상대화해서 해석해 가며 읽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주의는 말년에 마르크스가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여러 방향으로 내파하고 파생했다. 푸코나 알튀세르가 ‘보충‘한 마르크스주의가 있고, 정신분석이나 섹슈얼리티 이론으로 재해석한 빌헬름 라이히가 있으며, 마르크스주의와 협력하고 갈등하고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고 전유한 페미니즘 이론이 있고, ‘제3세계 이론‘이나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은 탈식민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마르크스주의 인류학, 문예 이론, 과학사 등 마르크스주의의 위치와 형태는 다양하고 변화를 거듭한다. 물론, 이것도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이고 페미니즘 입장에서 보면 마르크스주의의 위상은 또 다르다. 공적 영역만을 사회로 한정한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면서 나온 급진주의(radical) 페미니즘에서 볼 때 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자유주의와 ‘같은 처지다. 근대성을 성찰할 때도 마르크스주의와 자본주의는 함께 비판대에 오른다. 한마디로, 독자적인(singular) 미르크스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