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형의 단편소설 〈굿바이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기나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백의 상태로 태어나는 이유는 천사가 태중의 아기에게 찾아와 지혜와 지식을 가져가기 때문이라느 것이다(작가는 《탈무드》를 인용한 심보선의 시 〈인증을 긁적이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복중의 태아가 지혜를 잃기 전, 엄마에게 건네는 말이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기꺼이 이름을 바꾸려 할 것이다. 처음 보는 종교의 사원에 들어가 절을 하려 들 것이다. 가슴 뛰지않는 것에 활짝 웃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과 악수를 할지도 모른다. 베어야 할 때 칼집에 칼을 도로 넣고, 대답해야 할 때 침묵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을 당신은 반성 없이 소명처럼 받아들일 것이다. 어린 당신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어떤 어른들처럼, 명쾌하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을 몸속에 품고 무거운 빛깔의 덩어리가 되어가는 당신이 내게는 보인다. 내 귀에는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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