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감동을 만드는 공장, 테마파크 공연이야기 -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비밀!
이기호 지음 / 이야기꽃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고소공포증과 회전공포증이 있는 까닭에 나는 놀이기구를 즐겨 타지 않는다. 굳이 돈을 지불하고서 까지 극한의 체험과 죽음을 간접 체험한다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여자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광안리에 놀러가 바이킹을 탔다가 손에는 흥건하게 땀이 고여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었다. 조금이라도 뒤에서 누가 툭 쳤더라면 아마 구토가 쏟아져 나왔을 지도 모른다. 안 좋은 추억이다. 또 대학을 휴학하고 학원에서 국어강사일을 할 때는 ‘대구우방타워랜드’로 소풍을 가기도 했다. 아이들을 인솔하고 갔기에 아이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탔어야 했는데, 굳이 저학년들과 함께 다니겠다고 했는데도 원장 선생님께서 고학년 아이들을 맡겨 버렸다. 그 덕에 바이킹만 5번 탔던 기억이 있다. 놀이기구에 오를 때마다 그 떨리는 심장, 내리고 나서 풀리는 다리. 놀이기구와 나는 궁합이 잘 맞지 않다. 그저 회전목마나, 범버카 정도나 어울릴까?
 


물론 꼬맹이 시절에는 어떻게 해서든 부모님을 졸라서 놀이공원에 가보고 싶었다.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 우리집은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TV에서는 서울랜드, 서울어린이대공원, 용인자연농원 등의 놀이공원에 대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는 데 우리집 형편으로는 기껏해야 한강고수부지에 도시락 싸서 다녀오는 정도였다. 동생과 나는 ‘놀이기구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인형들이 탈을 쓰고 떼거지로 출몰하는’ 놀이공원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고, 그 꿈은 S전자에서 근무하시던 삼촌덕분에 이루게 되었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지급했던 가족 자유이용권 덕분에 우리도 말로만 듣던 ‘용인자연농원’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기차를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자연농원. 그 첫인상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놀이기구 몇 개를 타고선 멀미를 했는지 금방 구토를 하게 되었고, 화장실에서 잠깐 씻고 난 다음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퍼레이드만 바라보았다. 나의 놀이공원에 대한 추억은 약간 서글프다. 
 


우리가 어린 시절 놀이공원, 어린이대공원으로 불렀던 곳들을 이제는 테마파크라고 부른다. 이름은 변했어도 그곳이 주는 꿈과 희망은 그대로일 것이다. 이기호의 <테마파크 공연이야기>는 에버랜드에서 공연 기획을 맞고 있는 저자가 ‘용인 자연농원’ 시절부터의 경험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현장에서 꿈의 공장을 만들어온 그의 분투기가 담겨 있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공연을 멋지게 성공하자, 그제야 사람들이 찾아와 악수를 청했던 이야기, 직접 외국으로 나가서 공연자들을 섭외하고,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그의 이야기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테마파크가 아니라 그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의 고충을 알게 한다. 그런 이야기들은 꿈의 공장, 꿈의 테마파크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이 될 것이며 희망이 될 것이다.
 


이 책이 아쉬운 점도 많다. ‘테마파크 공연이야기’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에버랜드 용비어천가’식의 내용이라든지, 테마파크는 온데간데없고 ‘에버랜드’ 밖에 없는 내용적인 문제점은 안타깝다. 또한 넓은 줄 간격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지고, 저화질 사진이 곳곳에 숨겨져 있고, 오탈자도 간간히 보인다. 물론 한권의 책이 나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경을 썼겠느냐마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입장으로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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