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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에드가와 란포, 라는 일본 작가는 일본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꽤 흥미로운 존재이다. 치밀하고 스릴러를 즐기되 탐정이 많은 힌트를 독자에게 던져주면서 너도 함께 찾아보자, 과연 너는 이걸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식의 많은 일본 추리소설은 섬세한 힌트나 묘사와 가끔 보이는 인간의 잔혹함이 매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의 문화는 일본에서 많이 따온 편이라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탐정이나 작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 애드가 앨런 포와 같은 미국의 소설가는 유명하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에 유난히 팬이 많은 것이 그 예가 아닐까 싶다. 일본의 베스트셀러가 그대로 우리에게 넘어온 느낌. 그 애드가 앨런포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자신의 필명으로 삼은이가 바로 에드가와 란포이다. 사실 일본에 탐정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기에 나름 한 획을 그은 이지만 추리소설도 유행을 타기에 그의 소설은 투박하고 약간은 비현실적이며 그렇기에 거칠고 촌스러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탐정이라는 사람이 소설에서 가지는 역할의 중요함을 잘 살리면서 독자들에게 세세하게 많은 힌트를 나열한다. 그런 점으로는 친절하다.
그의 소설은 보통 중반쯤 혹시.. 이상한데... 음,, 하는 생각이 들고 아.!! 이사람이겠구나 싶은 이가 역시나 범인이다. 좀 시시하고 혹은 기쁜 결말이지만 아쉽게도 인과관계가 좀 약하다. (일본은 몇 작가들이 끝이 약한 경우가 좀 있다.) 겨우 이것때문에 이정도로 치밀한 이정도로 엄청난 일을 벌린걸까 싶은 억지스러움이 있지만 이 책 역시 범죄를 설명함에 있어 굉장히 친절하다.
눈에 띄는 주황색 표지와 달리 조금 어색한 3중 소용돌이 지문이 이번 범죄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사실 그리 공포스럽지는 않지만 실제 협박장이나 다른 범죄에 사용이 되고 있기에 이 3중 소용돌이 지문은 범죄를 밝히기 위한 핵심단서로 계속 주시된다. 협박을 받는 피해자 가족의 중심인 '와테 쇼타로'는 협박장을 가지고 도쿄의 2명의 탐정 중 1인에게 의뢰를 요청한다. 무척 건실하고 과학적인 자세를 고수하며 한 사건씩만 다루기에 신뢰를 얻고 있는 이 탐정은 무나카타 류이치로. 그의 부인과 또다른 천재적 탐정 아케치 코고로는 앞부분에 잠시 설명되고 넘어간다. 시작부터 무나카타의 연구실에는 피바람이 불고 협박을 받는 가와테의 가족에게도 피바람이 분다.
둘째딸은 아름다운 시체로 발견이 되었고 지문이 찍힌 협박장에 쓰인 대로 첫째딸로 실종되어 시체로 돌아온다. 우왕좌왕하며 무나카타는 계속 실마리를 풀어나가지만 범인은 항상 한발짝 앞서있다. 시체 앞에 문제가 해결된 들 무슨 소용이랴. 가와테는 무나카타 탐정의 비밀스러운 이동을 함께 하며 잠적해버리지만 그 숨겨진 은신처에서 가와테는 협박자의 정체를 알게되고 납치되어 감금된다. 이후 여러 사건들이 급박하게 일어나며 범인의 이야기와 3중 소용돌이 지문의 이야기가 엉켜나오는데 지문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추리소설을 좀 읽은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범인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재미있는건 세세한 설명과 탐정의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범인이 선택한 살인의 방법이 꽤 현대적인 그것들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미드에서도 심지어 나왔던 것과 비슷한 범죄를 본적이 있다. 그 옛날 탐정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 탐정의 비중있는 역할과 캐릭터, 그리고 세련된 범죄방식의 서술은 가히 그가 왜 일본 추리의 거장이라 불리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추리소설은 결과를 알기 위해 읽기에 이 이상의 내용은 스포가 될 것 같아 쓰지 않겠지만 흥미가 있다면 과연 언제쯤 나는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을지 도전해 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