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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일이야 ㅣ 현대지성 클래식 16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월
평점 :
디스토피아 소설. 처음 들은 용어라 해도 유토피아를 안다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미래를 부정적인 미래를 상상하여 그리는 소설. 미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싱클레어 루이스의 이 소설은 제목이 다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분명 픽션인데 자꾸만 연관되는 누군가가, 혹은 어떠한 사건들이 그려진다.
1930년 미국의 경제와 정치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소설속의 미국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었고 소수의 특권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산층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경제적 성장을 희망한다. 가난한 노동자들은 그들의 경제적 부재를 정치와 기업탓으로 돌리고 있었고 공산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다양한 사회주의 이론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어주게 하고자 모임 데모 등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나타난 대통령 후보 버즈라는 별명의 윈드립. 그는 타고난 배우의 기질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내용은 없는 껍데기 연설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연기력으로 호감을 산다. 그의 주위에는 그럴듯한 직업을 가졌지만 인생에 실패한 사기꾼, 협작꾼, 모의꾼, 혹은 모략을 꿈꾸는 정치인들이 모이고 그를 위해 선거운동을 펼친다.
버즈의 가장 큰 무기는 가난에 찌들리고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경제적번영을 약속한 것이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실제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는 군대를 이용하여 미국을 통치한다. 군사독재를 통해 행정을 편제하고 언론을 검열하고 대학의 입을 막아버린다. 사법과 의회까지 자신의 손 아래 놓게 되어 그는 완전한 독재를 펼치게 된다.
주인공인 도리머스 제섭은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판단능력을 지녔으나 문제를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그저 도피하거나 혼자 씁쓸해하면서 어쩔 수 없다고 넘겨버린다. 윈드립의 후보 공약에 나타난 문제를 정확히 알고 그의 아내에게 비판하며 말하지만 거기서 끝난다. 오히려 윈드립 후보의 연설을 듣고 그 내용이 아닌 그의 연기력에 빠져 괜찮은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나타난 많은 문제들을 보면서도 어떠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비난하거나 보지 못한 척 도피한다. 그러다 그의 가족에게 비극이 일어나고 늦게서야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총 38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윈드립이 후보로 올라온 시절, 윈드립이 대통령이 되어 독재정치를 하는 이야기, 도리머스제독의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하는 이야기 정도로 대략 구성된다. 책의 인물들은 말한다. 민주주의가 만연한 미국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독재라는게 일어날 수 없어. 유럽과는 달라. 과연 그럴까?
개인적으로 윈드립이 후보에 있을 시절 공약선언이 있다. 여성들은 그 지위를 박탁하고 돈을 내지 않은 유대인은 핍박할 것이며 흑인들은 그 지위를 다 내려놓아야 한다. 너무나 드러나보이는 파시즘의 냄새를 왜 그들은 맡지 못했을까. 어째서 이런 글을 당당하게 그는 공약으로 내걸 수 있을까.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소설 속, 이런 시대의 중산층이라면 과연 그런 것들을 생각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중산층인 나에게 너무나 자신있게 경제적 이익의 희망을 보여주는 그의 이야기는 솔깃할 것이다. 아마 다른 공약의 사소한 내용이나 문제는 인식하지 못했겠지. 설사 인식해도 무시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의 이기주의가 부끄럽지만 나는 실제 내가 사는 지역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점을 인식하면서도 내가 사는 곳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후보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을까?
히틀러가 생각나는 위드립. 윈드립의 독재정치를 보면서 떠올린 얼마전 가슴아프게 본 영화 1987.
싱클레어 루이스는 도리머스 제섭의 입을 빌어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외치지만 사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있을 수 있는 일이야! 가 아닐까. 우리의 무관심과 정치에의 무지. 이기주의가 낳게 될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해 그는 경고하는게 아닐까.
트럼프의 당선 이후 조지오웰의 1984와 싱클레어 루이스의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가 새롭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한글로 번역되어 새롭게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게 아닐까. 경고인 걸까. 경제가 어려워지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파시즘. 얼마전 정치적으로 큰 획을 그은 우리도 여기서 안심하고 자만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의 권리를 위해 정치와 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