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신호음이 들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사랑을 이처럼 잘 표현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전화라는 것은 참 편리하지만 동시에 참 불편한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요즘에는 카톡이라는 편리한 또다른 도구가 생겨서 읽씹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조금 예전 핸드폰이 막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통신 천**이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제거리가 되었을 그 당시에는 전화라는 것이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연락할 수 있지만 내 의지에 따라 받지 않을 수 있다. 내 의사에 반하여 받지 못했음에도 상대방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상대방의 표정을 알 수 없이 하염없는 통화음만 계속될 때에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요즈음의 카톡에 읽음 숫자가 사라지지 않은 느낌이랄까. 혹은 집에 있는 것을 아는데도 받지 않으면 확신할 수는 없지만 거부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불안해서 집에 없는 걸꺼야 뭔가 사정이 있을꺼야라고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또다른 그들의 사랑이 느껴지는 단어는 통신별칭인 제인과 착한 스프, 하필 스프라는 단어는 이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진 착한 스프 정선과 밥먹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제인의 만남에서 밥, 식사, 레스토랑이 계속 개입되게 된다. 첫만남에서부터 제인이 그를 찾아다니고,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고 그들이 결국 사귀게 되는 그 모든 순간순간 식당 혹은 식사가 개입되어서 그런지 착한 스프라는 명칭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된다. 온도가 참 중요한 음식 중 하나인 스프. 따뜻한 스프만큼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고 차가워진 손을 덥혀주는 것도 없다. 그들의 사랑은 온도가 맞지 않은 듯 했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서로를 향한 분명하고 충분한 사랑의 온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린 항상 내가 너보다 빠르거나 네가 나보다 빨라."

그들은 속도가 맞지 않음에 아쉬워하지만 나는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가 봤던 드라마에서도 말했다. 인생의 모든 것들은 타이밍이라고. 하필이면 이런 일이 일어나고 하필 그순간 말을 하지 못하거나 머뭇거렸고 하필 그때 다른 누군가가 개입했다는 등.. 자신의 선택인듯 혹은 운명의 장난인듯 ... 그래서 사랑의 타이밍이라고 하나보다.


처음에는 뻔한 친구관계도에 흔한 통신세대 이야기와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쉽게 읽다가 조금만 더 라는 생각에 결론까지 보게된다. 서로 뜸만 들이거나 간만 보다 헤어지는 '상처'를 받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요즘의 사랑에 지쳐버린 나에게 제인의 포기하지 않고 곧은 사랑은 놀라움이고 감동이었다.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배려하고 싶어하고 용기내고 싶어하지만 결정을 어려워하며 본인에게 너무나 엄격한 착한 스프의 사랑은 답답하지만 순수해서 응원해주고 싶었다. 키작고 예쁘고 남자들에게 관심많은 우체통 홍아는 사실 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성성을 그래도 내가 우선한다는 묘한 여자친구와의 심리관계. 하지만 홍아처럼은 살지 않을 것 같다 싶을만큼 그녀는 참 제멋대로이고 이기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받는 캐릭터다. 부럽지는 않지만 현실에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대중적인 악역 여배우의 성격이랄까.


너무 뜨거워도 너무 식어도 안되는 사랑의 온도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정열적인 사랑도 위험하지만 너무 배려하고 참느라 뒤로 물러나 식어버린 사랑도 힘이 든다. 그런데 그런 적당한 온도의 사랑이 쉽지는 않다. 마치 스프가 딱 적당해서 먹기 좋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듯이. 현실사랑은 그런 온도를 유지하려고 서로가 끊임없이 노력하거나 결혼과 아이라는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어버린다. 드라마는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결론내릴까. 이 책은 언해피였기에 다른 결론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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