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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ㅣ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은 교양만화가 많아서 참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적 글만 빼곡하게 있던 고전까지도 이젠 만화로 나왔고 삼국지며 동의보감도 만화면 금방 읽는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만화도 좋지만 줄글을 읽고 문맥을 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식을 쉽게 머리속에 암기하고 접근하기에는 만화만큼 좋은것도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을 위한 교양만화가 너무 반가웠다. 무엇보다 생각의 깊이가 있고 그저 재미로만 만화를 그리지 않는 좋아하는 만화가 윤태호씨가 내는 책이라 더없이 기대가 되었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을 받은 날, 직장에서 읽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책을 펴고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결론부터. 너무 재미있다. 감동이 있고 지식이 있고 따뜻함과 유머가 함께하는 만화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데 내용은 가볍지 않다. 윤태호 만화가의 진중함이 만화의 곳곳에 배여있다. 그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에 느껴지는 색감과 대사와 그림체에 다시 읽고 싶어지는 충동이 인다. 차분하게 밥을 먹고 다음날부터 그림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었다. 책의 마지막장이 가까워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전집으로 집에 구입해 놓고 싶다는 책 욕심이 불쑥 들었다.
평소에도 책 욕심이 있는 나이지만 먼지도 쌓이고 둬봐야 자주 보지 않음을 경험해서 사고 친구 주거나 도서관 기증하고를 반복하는데 이 책은 전집으로 두고 읽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할만큼 내용도 알차고 그림도 마음이 닿아있다. 어느 책인들 그렇겠지만 만화책인데 작가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가 추운 겨울, 어딘가를 찾아가고 있다. 기계임에도 추위를 타는 이 로봇은 길냥이들과 자신의 체온을 나누며 겨울밤을 지새고 드디어 목적지로 찾아간다. 그곳은 바로 쓰러져가는 건물 앞. 그곳의 과학자들을 만나 자신이 미래에서 왔음을 밝힌다. 문제가 많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옆에서 인간의 많은 지혜와 인간성을 배우러 온 로봇. 앞으로 나올 오리진의 이야기가 여기서 부터 시작될 듯하다. 100권의 이야기 서막인 듯. 하지만 이래저래 빚을 지고 있는 과학자들은 그를 보살필 여력이 없어보이고 마침 돈을 받으러 온 봉황에게 이 로봇은 담보로 잡혀간다. 덤으로 과학자들도 딸려가는 상황도 인간적인 봉황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기를 매개로 인간의 온도와 보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일상생활속의 이야기라 알기 쉬운 것 같다. 결국 아들 봉원이와 함께 두번째 아들로 봉투가 된 로봇 봉투.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봉황네의 확실한 가족으로서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으로 보인다.
주인공인 봉황도 봉투도 이름도 마음에 든다. 과학자 집단의 동구리도 왠지 생김새나 성격이 익숙하다. 그의 만화에 길들여진 탓일까. 다 읽고 너무나 아까웠지만 아이들도 읽게 해주고 싶어 돌려가며 읽는 시간을 주고 있다. 아끼는 책이니 조심히 봐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일단 만화책이라 좋아하는 아이들이 낄낄대다가 찡해하다가 뒷부분의 자세한 보온에 대한 설명까지도 다 읽고 나서는 자랑하듯 그 내용을 읊는다. 역시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
책은 들고 다니기에 좀 크지만 보통 책의 크기와 같다. 그런데 종이질이 참 좋다. 그래서 칼라색감이 반짝인다. 나도 모르게 미생이 생각나는 그림체나 대사의 느낌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참 좋다. 정말 어른들을 위한 만화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마운 마음에 주변 친구들에게도 넌지시 아냐고 물어보았다. 총 100권의 시리즈를 구상한다고 하는 대작의 서막을 잘 열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 정도의 퀄리티가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밤바람 별빛속에 실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