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사람이다.

보고 싶어서, 가고 싶어서 - 내게 왜 여행하느냐 묻는다면
박세열 글.그림.사진 / 수오서재 / 2017년 7월

테마가 있는 여행, 재능을 나누는 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여행이 더욱 특별해지는 방법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매년 2번씩은 해외를 다녀오지만 정말 잠시 들렀다 오는 기분이라 아쉬움이 생긴다. 배낭이나 트렁크하나 끌면서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속에 있다보면 오롯이 나를 느끼고 때로는 내면을 치유하고 오는 기분이다.

새로운 곳을 간다는 두근거림도 좋지만 이 책의 저자는 더욱 멋진 방법을 소개한다. 여행지를 나만의 특별한 장소로 만들 수 있는 , 그래서 새로운 곳이 익숙한 곳이 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듯한 지은이는 여행지를 여행지로 소개하지 않는다. 그곳의 풍경을 마치 우리 옆동네 소개하듯 익숙한 하나의 장면인양 혹은 우리 동네 그림을 그려 소개하는 양 저술하고 있다. 그가 곳곳에 남긴 그림의 흔적과 사진의 인쇄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외국의 낯선 동네를 마치 전시관인양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친해지는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며 여행지에서 멋진 , 지은이가 스스로의 실력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히 멋진 펜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멋진 책에 남겨진 그림하나하나에 추억이 깃든 것 같아서 더 의미가 있어 보이고 특별해 보인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그림을 통해 그들과 친구가 되고 장사치들에게 오히려 돈을 받거나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그의 넉살, 그리고 그의 재능이 부럽다. 왠지 그가 방문한 나라를 가면 그가 만난 그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미얀마에서 만난 장사꾼 아이들의 속에 숨겨진 친절함이 그의 책에서 반짝거린다. 퉁명스러운 솜사탕 파는 아이도 보고 싶다.

보통 여행의 장소가 혹은 음식이 먹고 싶어서 어떤 장소를 여행지로 삼는데 보고싶어서, 가고싶어서의 책을 읽다보면 입체적이고 친절한 따뜻한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미얀마가, 태국이, 마다가스카르가 가고 싶어진다.

여행이 많은 이들에게 대중적이 되면서 그저 그 장소만 찍고오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나도 그중 한명이다. 그리고 변 함꼐 여행다니는 친구들 중 간혹 긴렌즈를 가지고 무겁게 여행을 다니거나 수채화물감을 들고 여행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과 다니면서 종종 여행과 무관해보이는 불편한 그 짐들 때문에 불편하거나 힘들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재능이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잘 다루는 악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혹은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만 했어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인화한 사진을 줄 수 있었다. 여행을 멋지게 만들었었던 아마 그가 가진 특별한 예술적 재능이 아니라 특별한 마음인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벽화가 사진으로 담긴 이 책을 읽는다면 그것만으로 그가 머문 게스트 하우스는 내가 그 여행지에서 가볼만한 또하나의 나만의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여행을 대하는 자세까지 얹어간다면 이 다음 나의 여행은 더욱 멋있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