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자 누군가는 나스스로 내면으로 끊임없이 파고 들기도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인받고자 그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인정받기 위한 행동들을 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이에게 봉사함으로서 어떤 사람은 폭력을 휘두름으로서. 과거 실존주의의 철학가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한 많은 이론들을 주장했고 소설가들은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자신의 철학을 담아 이야기로 풀어냈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소설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인간의 실존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세밀하고 날카로운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만엔 원년]은 1860년을 의미하는 말이며 소설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시대인 1945년대와 교차로 비교되어지며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적 배경을 뜻한다. 현대인 1945년대에 사는 인물은 자신의 현 상황에 절망하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과거 그들의 조상시대인 만엔 원년시대를 살아가고자 하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풋볼이라는 수단을 이용하게 된다.
주인공 미쓰사부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무기력하고 끊임없이 절망속에서 스스로를 비난하며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강하게 확인한다. 자신을 부정하는 엄마에 대한 유년기의 기억과 인정받지 못하였지만 아버지와 큰형의 부재, 곧이어 s라는 둘째형의 죽음으로 집안을 책임지게 되는 현실을 살아야했다. 결혼을 한 이후 기형의 외모를 지닌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며 아내와 불편한 현실을 겨우겨우 살아가고 계속된 자기혐오에 빠져있다. 그의 아내 나쓰코는 남편에 무기력함과 아이에 대한 모정과 불편함 사이의 갭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의지해 자신의 존재를 오히려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동생 다카시는 폭력적인 유년시절의 경험과 형과 떨어져 살며 자신이 겪게 된 일에 대해 부정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폭력과 선동성을 과격하게 드러낸다. 본인은 모르지만 주인공 미쓰사부로가 자신을 부정하고 동생을 인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서 은연중에 주인공인 형에게 질투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며 전향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자신의 유약함을 감추기 위해 공동체의 단결을 핑게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한다.
500쪽이 넘어가는 긴 소설은 이 3명의 주인공 특히, 형과 동생의 갈등과 그들의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애쓰는 여러 모습들이 엮이며 이루어지는데 내면세계가 복잡하고 범상치 않아서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해할 수 없는 동생의 어린아이같은 무모함이나 형에 대한 복잡한 심경(심경이 나오지 않지만 그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여러감정이 뒤섞여 있음을 느끼며 혼란을 느끼게 된다.), 끊임없는 형의 자기비하적인 감정과 수치심, 연민과 자조는 너무 일본스러운 세밀하고 자아비판적인 감정에 불편함도 느끼게 된다. 또한 1945년 일본의 역사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에 그들이 겪고 있는 공동체적인 감정선이 좀 어색하고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읽기 힘든 소설이라는 것임에도 결론으로 갈수록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실존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궁금하게 되고 속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선택과 감정에 납득하게 된다. 결과가 분명 좋지 않음에도 묘하게 저게 어쩌면 최선이었겠구나 생각되고 말끔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주인공의 심리상태에도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소설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대신 서술해주고 있음으로 위로를 받고 다시 한번 내가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만엔 원년의 풋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