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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가쿠다 미쓰요는 일본사람들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딱 떨어지는 문장을 사용한다. 문체가 특이하진 않지만 비유법을 자주 이용하였고 행동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자세히 묘사한다. 심리표현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말고 꼬아놓지 않고 알기 쉽게 하지만 자세히 서술해서 책을 읽다보면 일본 드라마보듯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우리네랑 다르지만 또 비슷한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친근하다.
평범은 많은 단편적인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이 있다.
오늘을 힘겨워하고 과거의 자신의 선택에 회의를 품는다. 만약 이랬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과거의 망령에 한쪽 다리를 묶고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유쾌하거나 즐겁지 않아보인다.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시가 있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너무나 유명한 시라서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동시에 떠올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확실한 메세지를 남기는 책이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에서 주인공은 단풍 고운 숲 길에서 양갈래의 길을 만나고 고민하다 결국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말한다. 그때의 그 선택 때문에 내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인간의 인생을 이렇게 잘 표현한 시가 어디있을까 싶어 처음 시를 읽고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인생이란 이런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평생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사소한 것부터 인생의 중요한 문제까지. 쉽게 결정내리는 것도 있고 힘들어서 따라 내리는 결종도 있다. 그 중 어떤 선택은 두고두고 생각나며 후회가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 이후 모든 상황과 또다른 선택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처럼 보이는 선택이 그렇다. 물론 이건 주관적이고 누군가는 후회라는 것을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평범에 나오는 많은 주인공은 과거 어느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고 가지 않은 길을 그리워 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할만큼의 여유가 있어보인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꾸려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나의 망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있는데 ,, 그저 추억하며 한번쯤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거기에 매달리고 현재의 상황을 바꾸지 못하는 주인공들이 많다. 물론 어떤 편에서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미적거리는 나를 구해주기도 한다.
책을 보면서 그런 상황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것 같다. 타개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들.
그런데 그건 우리 모두의 평범한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이 항상 최선은 아닐 것이고 어쩌면 최선이었다 하더라고 만족하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결론은 결국 내가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느냐, 하는 것이지 않을까.
평범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음직한 조금은 길에서 벗어난 우리네 삶을 가볍게 다루면서 툭툭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정말 만약,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떘을까? 지금 너는 이 삶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나? 꽤 진지한 물음이지만 머리가 무겁지는 않다. 가벼운 문체이고 작가는 글에서 그 어떤 편을 선택해도 비난하거나 그에 자신의 옳고 그름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점이 참 좋다. 오랜만에 내게 생각거리를 던져준 평범. 평범하지 않은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