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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만남을 지속할 수록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종종 너무나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 있다..
이번에 그런 평생을 두고 떠나보내기 싫은 책과 만남을 가졌다...
보통 책을 사거나 받으면 읽고는 친구와 돌려보는데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빌려주면서도 꼭 다시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이기심이 들게하는 책이 있다.
하하 미술관은 옹졸한 내 이기심을 자극할 만큼
꽤나 매력적인 책이였다.
그의 그림에 대한,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고 재밌게 서술되고 있는
이 책에는 90개가 넘는 그림들이 등장한다.
그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지만
솔직히
나는 그가 선택한 그 그림들에게서 굉장한 위로를 얻었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그림만을 모아놓은 이 곳에는
유쾌함이 있었고
경험한 자만이 느낄수 있는 처절한 동질감이 배어있었고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이들의 사랑스러움이 묻어있다.
나는
그런 유쾌함과 동질감과 사랑스러움에서 진심으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옴을 느낀다.
꽤나 힘들었던 시기를 지났고
아직도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마음으로 운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고
사소한 일에도 깔깔거리며 웃는 말랑말랑한 감수성이 부럽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여자나이 30이라는 세상의 꼬리표의 의미도 알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내 또래에게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힘들어도 괜찮아..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다시 일어설수 있으니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나를 위로해준 고마운 작가분들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하고자 한다.
세상의 호흡을 잡아낸 조성연의 카메라 속 이야기
요즘 워낙 사진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왠만큼 좋은 풍경이나 장면을 봐도
그저 좋네~ 이러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때로 사진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건네는 경우가 있다. 평범한데도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풍경사진도 있다.
조성연씨의 사진은 그저 눈길을 잡아끌면서 나를 편안하게 했다.
너무 신기하게도 나는 그의작품 이름을 보기전부터 호흡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냈다.
작은 꽃 한송이, 돌맹이 하나일 뿐인데 작고 여린 숨을 뱉으며 강한 생명의 느낌을 전달하는 그의 사진은
분명 살아있다.
그 생동감이 나에게 에너지를 건네주었다.
인생을 유쾌함으로 풀어가는 조장은의 소주한잔이 생각나는 친구같은 그림들
살다보면 민망한 순간, 실수할 때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럴때마다 모른척 고개를 돌리거나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거나 정중히 사과하며 지나가지만
소주한잔 기울이며 깔깔거리고 그때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조장은씨는 그런 유쾌함으로 25살을 추억한다.
그림속 대사나 표정은 정겨운 친구마냥 웃기고 사랑스럽다.
굳이 부연설명 듣지 않아도
이해할 만큼 감성이 그대로 전해지고 내 기분과 섞이면서 묘한 동질감에 마음이 즐겁다.
나를 진정 위로해준 이소윤의 작은 아씨들
짧은 단발에 머리끝에 붙은 앞머리의 이 작은 소녀 작품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순간 덜컹했다.
그리고는 울컥했다.
그래 괜찮다...
다들 이렇게 힘든 단계들을 거치고 있으니까..
분명 이 순간들을 지나치고 나면 파란 대문을 빠끔 열면서 씩 웃을 날이 올것이다..
그녀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런 위로를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남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많은 여자들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설렘과 기대, 불안, 불신, 혼란, 단절 그리고 위로의 6장면을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아마 10번은 돌려가면서 봤던것 같다.
큰 눈의 아가씨는 당분간 내 안에 자리잡아 힘들때 마다 토닥토닥 나를 위로해줄 듯싶다.
이 외에도 진정한 쏠로의 느낌을 생생하고 기분좋게 표현한 고 주정아(정말 그녀의 부재가 아까웠다.)님,
사랑앞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격려를 해준 이상선님, 오랜만에 어린소녀의 감성으로 돌아가서 즐거웠던 바비이야기의
정두희님, 아줌마의 아픔을 당당함으로 극복해준, 그래서 주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준 이인청님,
차가운 시멘트에서 따뜻한 감성을 이끌어낸 너무나 멋지기에 꼭 만나보고 싶은 김소연님까지..
다른 작가분들도 있지만 위에 분들의 그림은 정말 최고다!! ㅋㅋ
다시한번 그림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젊은 화가들과,
이들을 세상에 소개해준 김홍기씨(장가 꼭 가실꺼예여~ㅎㅎ)에게
정중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