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개의 달 시화집 봄 필사노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33명 지음, 귀스타브 카유보트 외 그림 / 저녁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어릴 때는 시가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운율이나 함축되어 있는 글을 찾는다는 걸 배운 학창 시절에는 그저 시험에 대상일 뿐이었고 재미있는 소설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수많은 감정과 말을 짧은 단으로 풀어내는 시가 뭐가 좋은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씩 마음에 들어오는 시의 글귀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명하고 짧은 시에서 재미를 느꼈다. 요즘에는 조금 길더라도 나와 맞는 감성의 시가 생기기 시작했다. 함축이 왜 아름다운지? 어떤 묘미가 있는지 와닿는 순간도 생긴다.
시가 가장 재밌거나 좋다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와닿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글씨에 어울리는 그림까지 곁들어진 것이 참 맛깔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은 나처럼 시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이들이 멋진 그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책소개
너무나 밝고 화사한 분홍색이 책 표지를 감싸고 있다. 벚꽃이 연상되는 색깔이다. 단단한 표지와 색깔이 표지의 멋스러움과 잘 어우러져서 마음이 살짝 들뜬다. 누군가에게 선물로 건네주기도 좋지만, 그저 나를 위한 선물로 하고 싶다. 참 여자 여자 한 책이다.
33인의 시인 중에는 우리가 잘 아는 시인도 있고 많이 접해보* 못한 시인도 존재하며 일본 시도 들어가 있다. 전반적으로 윤동주의 시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봄으로 알고 있는 3월 4월 5월을 각각의 제목을 붙여놓고 각 달의 화가들의 그림으로 시릴 장식한다. 1장은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라는 제목으로 '기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과 함께 시들이 적혀 있다 카유보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가 아닐 수도 있지만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로서 우리가 잘 아는 마네. 모네 르누와르 피사로 드가 세잔 등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지원한 정도로 인상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이다. 인상주의 화가의 풍이 잘 살아 있는 붓터치로 꽤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왠지 편안하다기 보다는 화려한 느낌의 그림들이 많다.
시 옆장은 필사할 수 있는 줄노트가 있고 그 뒷장은 화가의 그림이 한 페이지씩 한장으로 구성된다. 
2장은 / 산에는 꽃이 피네/ 라는 제목으로 화가 '파울 클레' 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간다. 현대 추상회화를 그린 사람이라고 한다. 사실 이름도 처음 들은 사람인데 꽤 자유로운 그림의 화풍을 지녔고 무엇보다 색채를 중시한 화가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삽화로 그려진 그의 그림들은 화사거나 명료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오롯이 자신의 색감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렇게 선명한 색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그림들이 채도가 높든 혹은 낮든 상관없이 꽤 마음에 들었다. 붉은 색감을 많이 쓰는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색을 감정의 호소하듯 잘 사용하는 화가이다. 재밌는 것은 2장에 속해 있는 시조차도 한편 한 편 안에 유난히 색감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시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봄을 담은 시기에 노랑색 분홍색 연한 파스텔의 하늘색도 느껴지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끔은 어둡거나 무채색의 빛깔을 지닌 시들도 있었지만 우울하다기보다는 차분해지는 시들이 많다.
3장은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이라는 주제로 '차일드하삼'의 작품이 함께한다. 하사는 미국의 인상주의화가라고 한다. 서명이 항상 초승달 모양이라고 하는데 연휴는 모른다고 하지만 꽤 독특하다. 초반에는 비오닉 버려진 천재라고 인기가 없었지만 70년대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이 천문학적으로 가격이 오르자 다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3장은 묘하게 시도 그림도 확 와닿지 않는다. 이건 주관적인 감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나는 인상주의의 그림을 좋아하는 편인데 하삼의 인상주의 그림은 내가 알고 있는 화풍과 살짝 다른 느낌이다. 조금 덜 섬세하고 날리는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색깔을 쓰는 것도 조금은 익숙치가 않다. 나는 익숙한 것에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인가 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히려 그의 그림을 더 좋아할 것 같다. 왜냐하면 좀 더 현대적인 느낌 많이 나기 때문이다.
총평
시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그림들이 너무나 멋있어서 한 장 한 장 후루룩 넘기면서와 멋있다와 이쁘다. 라는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던 것 같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 누군가 나에게 선물을 준 것 같은 예쁜 감성 느낌이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거나 잠깐 휴식 시간에 한 페이지 옆에 곱게 필사하고 뒤에 있는 그림을 보면서 하루를 정리해보는 것도 나를 위한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시와집은 당연히 시리즈 일텐데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이 있어서 해당되는 달이 있는 것들을 사고 싶다. 1월에 모네나 2월에 에곤 실래. 아무래도 겨울을 사야 할 듯하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빈센트 반 고흐는 10월이니 가을도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저녁 달이라는 출판사가 만든 참 재밌는 구성의 프로젝트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