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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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접근법은 인간의 삶의 형태가

각 유형의 동물이 필요로 하고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의미가 있는 것은 그들 나름의 삶의 형태다.

이 책은 상당히 난해하다. 미리 이야기하건데 아름다운 오로라빛 표지와 멋진 고래의 사진에 휩쓸려 그저 재밌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물을 위한 정의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동물애호가적인 감수성이 느껴질 것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나는 저런 것들을 기대했었고 책을 다 읽는데 평소보다 3배의 시간이 더 걸렸는데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꽤 있다.

당신이 동물에 관한 법의 제정에 관심이 있고 그 법제정의 근거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동물 정의에서 제일 선두로 나왔던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가 궁금한가? 혹은 가장 최근에 정립된 동물권의 철학자 피터싱어의 동물해방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가?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안된 다양한 논설이나 주장들과 그 주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을 앞장부터 4장까지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철학과 법이 어떻게 연결되며 이론의 토대가 되어주었는지도 유기적으로 잘 엮여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 중간쯤 저자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을 읽은 후 오히려 이 책의 구성이나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것이 잘 보였다. 그녀는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고전학자, 여성학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의 모든 사상들이 다양하게 연계되어 서술된다.

개인적으로 철학을 잘 모르는데 그에 관련된 단어와 문장구성들에 당황했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어떤 근거로 동물권을 주장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나 동물을 위한 법제정에 있어 어떠한 근거들이 필요한지 알게되어서 중간중간 지적만족도 느꼈다.

지은이가 주장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방법론적 측면은 역량 접근법이며 이러한 주장이 처음은 아닌듯하다. 인간중심적으로 해석되던 역량 접근법을 동물에게까지 적용시키자는 해석이다. 인간과 유사하거나 닮은 꼴이라서가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개체로서 그들의 삶에 대한 모습을 그대로 존중하며 인정하자는 이야기이다. 쾌고감수능력이라는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이는 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모든 각각의 생물은 그 생물 특유의 삶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번영할 기회를 가져야만 한다.

책의 구성은 1장에서 동물들에게 행해지는 부당하고 불의한 일상을 전달하며 현실의 심각성을 일깨운다. 2장에서 부터 4장까지는 자연의 사다리로부터 시작해서 쾌락과 고통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는 공리주의자들, 벤담이나 밀의 이론, 그리고 칸트주의 접근법(크리스틴 코스가드의 이론)까지 살펴보고 있다. 뒤로 갈수록 저자의 생각에 부합하는 이론들이지만 조금씩 결격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마지막 크리스틴 코스가드가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모든 동물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다루자고 언급함으로서 역량 접근법에 꽤 근접한 이론을 정립해왔다.

5장에서부터 드디어 저자의 생각이 서술된다. 역량 접근법이 무엇이며 이를 동물에게 어떻게 적용시켜야하는지 6장에서는 쾌고감수능력과 목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를 언급한다. 특히 쾌고감수능력을 찾기 위해 물고기실험을 예로 드는 것이 독특했다. 물론 조류 파충류 등 다양한 종을 분류하여 설명한다. 7장에서는 죽음에 대해 동물의 안락사나 우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동물에 대해 우리가 대해야 하는 자세를 설명한다.

8장은 좀 관심있게 읽었는데 이 책의 전반에 걸쳐 꽤 강력하게 인류와 동물을 너무나 동등한 개체로 다루는 저자가 드디어 인간의 행복 혹은 복지, 편리등과 충돌하게 되는 동물의 권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다. 당연한 이야기들을 풀고 있는데 저자의 입장은 동물도 인간과 거의 비슷한 존재의 권리를 지닌다는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장은 반려동물을 비롯하여 우리생활에 깊숙히 연관되어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10장은 야생에 대한 정의와 야생동물들에 대해 대처해야하는 우리의 태도를 언급한다. 그녀의 야생에 대한 생각에는 공감한다. 11장은 인간과 동물이 가질수 있는 우정, 유대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 12장은 동물을 위한 법의 제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뒷표지에 이런말이 있다.

"이 책으로 우리는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서 해방되었다!" 아마 동물해방의 문제점을 넘어 새로운 진정한 동물들을 하나의 개체로 인지하는 정의로움에 대한 책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책내용이 좀 어려웠고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나는 그녀에 비해 좀 더 인간위주의 생각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자연친화적인 미래의 삶을 준비해야하는 우리에게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화두를 던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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