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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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 산업의 성장은 이스라엘 국가, 그리고 시온주의 기획 전체의 역사와 떼놓을 수 없는 성공담이다.

이스라엘의 방위 산업은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다 - 마땅히 그래야 한다.

팔레스타인 실험실 맺음말 중에서

21세기라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시대에도 지구촌의 뉴스에서는 끊임없이 전쟁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을 가끔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쿠데타나 침략전쟁 등 오히려 최근들어 이런 폭력적인 기사는 더 자주 들리는 듯하다. 이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마스라는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아랍인들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던 기사도 있었고 가자지구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한 실체를 보여주면서 억압받는 민족의 처절함을 보여주는 뉴스도 있었다. 다양한 영상매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길고 긴 전쟁의 시작과 역사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고 학교의 교과서에서도 지구촌분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이스라엘, 즉 유대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두 가지였다.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을 겪은 세계2차대전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국가가 없는 안타까운 민족, 그리고 그렇기에 악착같이 돈을 벌어 꽤 부유한 사람이 많은 민족. 이렇게 단편적인 지식을 '안네의 일기'나 '베니스의 상인'으로 그들을 접했기에 사회인이 되고 그들의 영토전쟁을 알게 되면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분쟁의 시작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국의 큰 과오는 안타깝지만 누군가의 편을 들어주기는 어려운 그들만의 문제라고 단정지었던 것 같다. 철저한 국제적 방관자였다.

최근 가자지구의 폭격사태를 사진으로 보면서 아랍인들, 특히 하마스로 대표되는 테러라는 단어의 선택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출신의 기자가 이스라엘의 문제점을 다룬 르포라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아마 이를 목적으로 했을 것이다. 책은 이스라엘이 행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 침해나 무기제작 및 세계거래에 대해 언급하며 이러한 행동들을 멈추지 않는다면 세계가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유대인으로서 자신의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보이는 부분도 부분부분 존재한다. 이 책을 보면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그저 유대인들의 금융산업으로 돈을 번 수준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방위산업을 주산업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뿐만아니라 독재 혹은 탄압의 모습을 보여준 세계의 여러 나라와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꽤 놀라기도 했다.

책 제목부터 꽤 자극적이다. [팔레스타인 실험실]

처음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가자지구에 가두고 정말 실험을 하는 이야기일까 했는데 그정도는아니다. (혹시 이런 내용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들에게 가혹하고 혹독한 차별을 다양하게 하고 있으며 요즘 그 정점은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정보의 착취로 이뤄진다.

책의 전반부는 셀레브라이트와 같은 이스라엘의 감시기업이나 그들의 전술 혹은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 독재국가나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언급한다. 죄책감이나 정의감에 대한 생각없이 돈이 된다면 어떤 상황이든 전쟁 혹은 국민 탄압에 힘을 보태고 있는 이스라엘의 기업들에 대해 비난의 논조로 글을 서술한다. 아프리카 중국 동남 아시아등 그들이 영향을 준 나라는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는 듯하다. 또한 뛰어난 기술의 드론으로 행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감시체제에 대해 설명하며 드론 역시 다른 나라의 감시를 돕는 데 일조한 이야기도 언급한다. 멕시코 애리조나 역시 팔레스타인과 같은 실험장소로 쓰였음을 밝히고 있다.

가장 인상깊은 장은 6장과 7장이었다. 휴대전화에 심어진 감시라는 소제목의 6장에서는 NSO그룸의 해킹툴이 언급되는데 비공식적으로 많은 나라와 정부 혹은 단체가 이를 구입하고 본인도 모르게 내 통화내용 혹은 생활이 감시당하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다. 우스개소리로 우리 폰도 도청되는거 아니냐라고 했던 농담이 진담이 되어버린 무서운세상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일을 세계평화니 안전이라는 핑게로 자행하고 있는 세계 많은 지도층 혹은 단체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놀랍고 두렵기도 하다. 어쩌면 북한을 지척에 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도 이렇게 감시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7장은 왜 팔레스타인을 좋아하지 않을까 라는 역설적인 소제목으로 사람들의 여론과 인식을 저렇게 바꿀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대기업이 자행하고 있다고 소문은 들었지만 글로 보는 건 처음인것 같은 거짓 같은 진실. 정보조작이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이거나 그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에 대한 글은 삭제되고 이스라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은 나도 모르는 새 좋아요가 눌러진다.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르포로 쓸 정도라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겠지?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테러나 폭력적인 이유로 삭제했다는 그들의 말을 믿기에는 반대로 특정한 날 어느 지역의 팔레스타인을 공격하자는 등의 글은 그대로 남아 있고 실제 무작위로 공격을 당하게 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대기업의 수많은 이들이 이런 일을 하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도 하고 혁신적이고 젊은 인재상으로 보였던 대기업의 대표들에 대해 깊은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정보조작으로 인한 여론조성. 우리나라 70 80년대에 일어난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들을 서술하며 이스라엘의 행보를 비난하지만 맺음말에서 민족을 아끼는 혹은 유대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드러나기도 한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최소한 정의롭지 못한 일에 나서지는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도 팔레스타인과 어떻게 협력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은 없어보인다.

재밌게 읽었고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어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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