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피에르 베르제 지음, 김유진 옮김 / 프란츠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패션계에 큰 영향을 준 이들은 흔히 천재라고 불리우며 오늘날 그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아 오늘날까지 그 패션스타일을 잇고 있다. 샤넬도 디오르도 입생로랑도 그러하다. 명품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이름정도는 들어봤음직한 이들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위해 한평생을 많은 것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 같다. 여성에게 바지를 선사한 이브 생 로랑에게 싸워야 했던 것은 스스로의 멘탈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에 따르면 이브 생 로랑, 그는 여리고 섬세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과거 동성애로 인한 차별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기에 늘 불안정한 상태였던 것 같다. 왜 소위 말하는 천재들은 항상 결핍과 결함을 동반하며 고통속에서 자신의 창작활동을 하는 건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 그의 곁에 50년을 머물렀던 피에르 베르제는 이브 생 로랑의 사업 파트너이자 동료이자 정신적 지주이자 연인이었다.

이 책은 그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이 죽은 후 1년 동안 자신의 연인에게 써내려간 편지를 모은 것이다. 그는 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오랜 연인을 보내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 동시에 아마도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한 것 같다. 이것이 사업가의 기질인지 아니면 예민하고 성마른 자신의 천재 연인을 마지막까지 두둔해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천재적 디자이너의 죽음과 그 죽음 직후 피에르 베르제에 의해 이뤄진 세기의 경품판매(피에르와 입생로랑이 모아온 수많은 작품을 피에르는 경매에 내놓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렸다고한다.)로 인해 이 편지를 모은 책 역시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08년 12월 25일 입생로랑의 장례식의 추모글로 시작된 이 책은 이브라는 자신의 연인에게 소소한 하루의 일상을 건네는 편지들로 이어져 있다. 그들이 아는 이들의 죽음에 대한 속상함과 함께 모은 경매에 대한 추억과 소식들, 누군가의 결혼이나 흔한 날씨이야기.. 그 속에 뭍어나는 둘만의 추억 이야기들이 편지속에 가득하다. 사실 프랑스사람들의 독특한 세련되지만 자기들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의 말투여서 둘다 전형적인 프랑스인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안목을 사랑하고 서로 달라도 그들이 바라본 가치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시선과 말들이 편지에 가득하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꽤 드문드문 읽었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자기들 이웃이나 그들만의 추억이라 이름도 낯설고 풍경도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넷플릭스에 '입생로랑'영화가 있는 걸 알게 되고 이걸 보고나니 이해도가 확 올라갔다. 영상으로 그들의 만남과 생의 환희와 고통 혹은 사랑과 배신? 이야기들을 보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저 사랑만이 아닌 한평생을 함께 해온 동반자이자 천재에 대한 동경과 같은 책임감으로 가득한 피에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리는 듯 하다. 너무나 다른 성향이기에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본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 조금 낯설지만 애잔하고 멋지다.

입생로랑을 그저 명품으로만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좋아한다면 그래서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영화 입생로랑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피에르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겠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브 생 로랑이라는 이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책 평점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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